민유라와 겜린 조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네벨혼 트로피에서 4위에 올랐다. 쇼트 댄스에선 55.94점을 받아 7위에 머물렀지만 프리 댄스에서 87.86점을 받아 18팀 중 4위로 뛰어올랐다. 경기 뒤 점수를 확인한 둘은 부둥켜 안고 기뻐했다. 민유라는 감격의 눈물까지 터트렸다. 이 대회 상위 5팀에게 주어지는 평창 올림픽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한국이 올림픽 아이스댄스에 출전하는 건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올림픽(이천군-양태화 조) 이후 16년 만이다. 둘 덕분에 한국은 단체전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남·녀 싱글까지 세 종목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단체전에 나설 페어 팀도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민유라-겜린 조는 지난 시즌 쇼트 댄스 배경 음악으로 K팝을 사용했다. 빅뱅의 '뱅뱅뱅'과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섞은 음악이었다. 평소 K팝을 즐겨듣던 겜린이 '우리는 한국 팀이니 한국 곡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둘은 올림픽 무대에선 더 한국적인 곡에 맞춰 연기한다. 가수 소향이 부른 '홀로 아리랑'이다. 김연아가 2011년 아리랑을 재해석한 '오마주 투 코리아'를 사용한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둘이 아리랑을 사용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심지어 의상도 개량한복이다. 코치는 외국인이 많은 심판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말렸지만 둘의 뜻은 확고했다. 민유라는 "곡을 고르기 위해 처음 들었을 때 맘에 들었다. 운명인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대표이기 때문이다. 의상도 스케이팅에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겜린은 "매일 훈련하면서 음악을 듣지만 감성적이다. 처음엔 아리랑에 관한 이야기를 몰랐는데 알고 나니 더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듣기 위해선 전제조건이 있다. 쇼트댄스에서 24개 팀 중 20위 안에 들어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보통 아이스댄스 조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거두려면 5년 정도 걸리지만 민유라-겜린 조의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도 8위에 올랐다. 민유라는 "'대한민국의'라는 소개 멘트만 들어도 감동적이었다. 올림픽이 열릴 곳에서 좋은 경기를 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둘은 훈련 외 시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눈다. 둘 사이 호흡을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둘 사이 연애 감정은 없는지'가 궁금해졌다.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우린 베스트 프렌드에요."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