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다 화재 초기에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린 A씨는 “최근에 건물 주인이 비상구를 잠가 놓아 밖에선 열 수 없었다”고 24일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안에서는 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비상구 문은 안쪽에서 잠긴 상태여서 손잡이 중앙에 달려 있는 돌출 부위를 90도 돌리면 잠금 장치가 해제되도록 돼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10월 이 건물이 리모델링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열면서부터 세신사로 일했다.
이 여자 목욕탕에서 수년째 매점을 운영하다 지난 1일 그만둔 B씨는 “수년 동안 그 비상구는 잠금장치가 망가져 잠기지 않았다. 내가 그 비상구로 출퇴근을 자주 했으므로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 이후 사진을 보니 문손잡이의 색깔이 달라졌다. 최근 3주 이내에 건물주가 새 잠금장치로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21일 화재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화재를 진압한 뒤 해당 비상구를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이뤄진 이 건물에 대한 소방 점검에서 2층 여자목욕탕은 아예 빠져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당시 소방 점검표에 2층 비상구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소방 점검을 한 J사 관계자는 “여자 목욕탕에 있던 사람들이 나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목욕탕을 점검하다 아주머니들에게 쫓겨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송우영·박진호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