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턴 병설 유치원 에듀케어반(종일반)에 당첨돼 다니고 있다. 지난해 월 70만원쯤 내던 교육비가 0원으로 줄었다. 순전히 운이 좋아 질 좋은 교육을 공짜로 받는 게 꿈 같고 의아하다. 에듀케어반은 오후 4시 이전엔 하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중간에 빼내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 최소 출석 일수(월 15일)만 채우면 국가 지원금을 토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짜라고 다 공짜가 아니다. 무상교육부터 돌봄까지 세금으로 부모 부담금을 없앤 것일뿐 사립 유치원이나 학원보다 돈이 덜 드는 게 아니다. 어린이집 무상보육도 세금이 샌다. 종일보육으로 국가 지원금은 다 받아놓고 아이가 기관에 오래 있으면 정서 발달에 안 좋다며 오후 4시에 데려가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한술 더 떠 어린이집에선 점심만 먹이고 아이를 데려가는 부모도 있었다.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우리 엄마는 왜 안 오나’ 기다릴 나머지 아이들의 상실감은 배려하지 않는 듯해 원망스러웠다.
멀쩡한 보도블록 뜯어내는 데엔 분노하지만 이런 꼼수엔 모두가 눈감고 입 닫고 기꺼이 공범자가 된다. 당장 내 아이를 위해서라며 동조하지만, 10여 년 뒤면 지금 낭비한 세금이 자식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공짜라 대충 해도 된다고 여기지 못하게 편법으로 활용한 이에겐 징벌적 비용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더욱 절실한 이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이경희 국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