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여관‧여인숙‧파크텔로 불렸던 중소형 숙박시설인 ‘모텔’ 얘기입니다.
88올림픽, 한일월드컵으로 시설 업그레이드
객실 사진, 후기 공유 예약사이트 등장
파티룸, 스터디룸 등으로 활용하는 젊은층 늘어
대학가 모텔, 깨끗하고 화려해 상위권 차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데이트해야 하는 부적절한 관계의 남녀들이 대실을 애용하면서 곱지 못한 시선이 쏟아졌죠. 대실은 모텔 시장에선 이미 굳어진 숙박형태인데, 최근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특급호텔이 도입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철회했습니다.
모텔의 외관이 급속도로 바뀐 것은 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죠. 전 세계에서 몰려올 외국인을 위한 숙박시설이 대거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장기 저금리 시설자금 대출을 제공했습니다. 싼 이자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되자 기존 모텔은 고급스럽게 바뀌었고 새 모텔도 크게 늘었겠죠.
새 모텔은 객실 규모를 이전보다 1.5배에서 3배 넓게 설계했습니다. 실당 9.9~16.5㎡의 넓은 공간에 개별 욕실이 갖춰줬죠. 이런 모텔은 파크텔로 불렸습니다. 명동장, 장미여관이 아니라 그린파크, 대화파크 등으로 이름이 달라졌죠. 이 시기에 대실이라는 숙박형태가 등장합니다. 80년대는 이른바 3저 현상(저유가‧저금리‧저달러) 덕분에 호황기를 누렸고 유흥업계도 더불어 황금기를 누렸기 때문입니다.
이후 다시 모텔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면서입니다. 정부는 또 숙박시설 마련을 위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했고, 주요 상권의 모텔은 관광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게 됩니다. 객실마다 초고속 인터넷망, 최신 PC가 도입됐고 인테리어도 달라졌습니다. 공주방, 거울방처럼 객실마다 다른 주제의 인테리어가 도입됐어요.
2004년은 승승장구하던 모텔 시장에 한파가 몰아칩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유흥업소와 연계해 음성적으로 영업했던 모텔이 철퇴를 맞았습니다. 큰돈을 들여 시설은 잘 갖췄는데 손님을 줄자 모텔 업계는 고민에 빠집니다. 2005년 모텔 등 중소형 숙박시설 예약 업체인 ‘야놀자’가 등장했습니다.
이전에는 모텔 외관만 보고 선택해야 했지만, 객실 내부 사진에 이용 후기까지 볼 수 있게 된 거죠.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던 모텔 정보를 객관적이고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시기에 수요층도 중장년에서 20~30대로 확대됩니다. 성 문화가 개방되면서 연인과 모텔에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도 큽니다.
2000년 말부터 2010년 초반까지는 파티룸이나 이색 룸이 인기를 끕니다. 파티룸을 주제로 수영장, 노래방, 바비큐 시설을 갖춘 대형 객실이 등장합니다. 특히 대학가에서 관심을 끌었죠. 객실도 클럽처럼 꾸미거나 감옥, 지하철 등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를 선보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모텔 3만 곳이 있습니다. 객실은 90만 실이 넘습니다. 특급‧관광호텔이 1000여 곳, 13만실이니 시장 규모는 더 크죠.
최근 모텔업계는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섰습니다.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빈 객실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면 PC나 스마트폰으로 한눈에 객실 현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