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로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22일 문화일보는 전날 화마로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의 이야기를 전했다.
공장일을 하는 윤모씨(54)는불이 나던 그 시각, 아내 정모씨(54)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기에 불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뜬금없는 전화에 윤 씨는 아내가 근처에서 발생한 화재를 보고, 놀란 마음에 전화를 한 것 정도로 여겼다. 착각이었다.
다시 걸려온 수화기 너머 아내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윤 씨의 부인은 “여기에 불이 났다. 빨리 와달라”고 울부짖었다.
윤 씨는 아내가 있는 목욕탕 쪽으로 차를 몰았다. 멀리서 검은 연기가 보였다. 현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내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는 “숨쉬기 힘들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가스가 올라와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윤 씨는 “유리창을 깨라, 창을 깨고 나와라”고 외쳤지만, 아내는 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윤 씨도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에도 윤 씨의 아내는 오후 11시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다.
윤 씨는 “이제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딸이 있다”며 “딸 하나를 남겨놓고 가버렸다”고 울먹였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