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작품을 함께했는데 현장에서 어땠나.
메릴 스트립(이하 스트립) “서로 총을 겨누면서…(행크스를 바라본다)”
톰 행크스(이하 행크스) “서로를 쓰다듬어줬지(웃음).”
행크스 “시나리오를 읽으며 ‘오, 이거 메릴이 하면 완벽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뤄진 적이 없었다. 현장에서 우리가 연기를 시작하니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했다.”
스트립 “노라 에프런, 줄리아 로버츠 등 당신 친구들 모두가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내가 낄 자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행크스와 연기하려면 그런 애정의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만났다. 솔직히 가장 큰 기쁨은 ‘더 포스트’가 파트너십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캐서린과 벤은 성공적인 관계를 맺고 서로 존경한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비즈니스 관계가 중심인 영화는 매우 드물다. 남녀의 비즈니스 관계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절대 없을 것이다. 내 캐릭터는 톰에게 의지하는데 로맨스나, 섹스, 실리를 위한 게 아니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의지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치지만 (영화 속에선 드물어서) 참 이상한 관계다.”
행크스 “이 영화는 워싱턴 포스트의 혼란스러운 일주일을 담고 있다. 캐서린은 더 이상 신문사 대표의 딸이나 아내가 아니고 실제 운영자임을 깨닫는다. 폭로 기사를 게재하라고 소리치는 벤에게 캐서린이 전화로 큰 결정을 내리는 장면에서 그녀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몇 테이크 안 갔지만 메릴이 이 연기를 할 때마다 감동을 받았다.”
-‘더 포스트’를 보고 둘이서 러브 스토리를 찍으면 어떨까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스트립 “정말이지 괜한 희망 속에서 살고 있다(웃음)! 옛날 사고 방식에서 보면, 나와 행크스의 로맨스 영화가 가능하지 않다. 내 나이가 더 많기 때문이다. 내가 일곱인가 여덟 살 많다. 톰, 나이가?”
행크스 “50세라고 치자. 하하. (속삭이듯) 61세.”
스트립 “예순한 살?”
행크스 “(큰소리로) 나는 예순한 살입니다!”
스트립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다. 관습적인 영화에선 톰은 아마 열 살에서 스물다섯 살 정도 어린 여자와 만나고, 나는 나보다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 많은 남자와 만나야 한다. 영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기준 때문이다. 회의실에 앉아 영화를 결정하는 사람들 말이다.”
스트립 “폭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 멈춰야 하나. 이건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영화를 고르는 사람들에 대한 폭로다. 이를테면, 미국의 전국 극장 체인에 배급될 영화의 기준을 정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자들이다. 세상에는 다른 취향을 가진 남자와 여자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는 꼭대기에 있는 남자가 정한다. 와인스타인 컴퍼니 이사진의 반이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처음에 성추행 합의금을 낸다고 했을 때 ‘잠깐, 무슨 비용이라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까. 우린 더 이상 이렇게 지낼 수 없다. 모든 세계가 변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영화는 누가 누구를 하대하는 영화가 아니다. 남자와 여자는 일과 명분을 공유한다!”
-극 중 각성한 그레이엄이 “이건 내 아버지나 남편의 회사가 아니고 나의 회사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성 운동에 대한 비유가 될까.
스트립 “이 시나리오는 리즈 한나 작가가 미국의 첫 번째 여자 대통령을 기대하며 썼다. 우리는 역사가 그렇게 흘러갈 거라 생각했다. 이것은 부서지고 가로막힌 (지금의) 또 다른 역사에 꼭 맞는 이야기가 되었다. 희망적인 것을 강요하는 대신, 지금 당장 여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명시한다.”
행크스 “‘더 포스트’의 총 제작자와 스튜디오 대표 등 모두 여자다. 정말 멋진 일 아닌가? 변화와 각성의 쓰나미가 일어나는 가운데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스트립 “지금 벌어지는 일이 정말 흥분된다. 나는 대선 이후 상처받은 여성 중 가장 낙관적인 사람일 것이다. 지금이 페미니스트인 나에게 가장 낙관적인 순간이다. 연기를 시작하고 40년이나 걸렸다! 40년 만에 변화하게 될 것이다. 나는 느끼고 있는데 다들 느껴지나?”
글=뉴욕=홍수경 영화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