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구례읍 압화박물관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온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그림처럼 보이던 압화(押花)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우와~ 진짜 꽃이 그림에 들어갔네”라며 감탄한다. 어떤 꽃이 쓰였는지 살펴보느라 한 작품을 뚫어져라 구경하는 관람객도 있다. 관람객 최정미(42·여·전남 광양시)씨는 “꽃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야생화 천국 구례에 지난해 문 열어
압화대전 수상작, 해외작품 등 전시
꽃 키워 작품 제작까지 6개월 이상
압화 그림, 공예품 만드는 체험도
구례에 있는 국내 유일의 압화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압화 전문 박물관이다. 2002년 압화전시관으로 출발한 이곳은 지난해 5월 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지상 2층 규모로 906㎡ 크기인 박물관에 210여 점의 작품과 410여 표본, 33권의 관련 도서, 40점의 도구가 전시돼 있다.
압화박물관에 전시된 국가별 작품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관람의 즐거움을 더한다. 한국·중국·일본의 작가들이 화려한 색감의 야생화를 쓰는 것과는 달리 러시아 등은 주로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등을 활용한다. 기후 특성상 야생화를 구하기 쉽지 않아서다.
압화 작품은 제작하는 동안 변색을 막기 위해 하루이틀 안에 완성하는 게 보통이다. 다만 꽃을 직접 키우거나 말리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6개월에서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말린 꽃을 시중에서도 판매하지만 작가에 따라 직접 재료를 만드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주로 작약·수국·공조팝 등 꽃이 쓰인다.
한국압화박물관 운영을 맡고 있는 임성은 학예사는 “압화는 실제 꽃을 사용해 색감이 뛰어난 데다 꽃을 층층이 쌓은 원근감도 표현돼 작품성이 뛰어나다”며 “어떤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압화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