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49일 앞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떨어진 특명이다. 대회기간 중 설상(雪上) 종목을 치르는 마운틴 클러스터(mountain cluster, 평창·정선)는 눈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한쪽에선 눈을 만들기 위해, 다른 한쪽에선 눈을 치우기 위해 24시간 사투를 벌이고 있다.
물 80만t 들여 눈 만들기 전쟁
눈과 얼음 중간 형태 밀도가 기술
눈덩이 생기면 선수들 큰 사고
축구장에 100m까지 쌓을 양 필요
최대 3000명, 눈 치우기 전쟁
대관령 평균 적설량 6㎝ 최대 44㎝
제설제 1110t, 굴착기·트랙터 동원
경기장 진입로, 관중 이동로 뚫어야
◆‘데스 쿠키’와의 전쟁
21일 오전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의 정선 알파인 경기장. 멀리에서 보니 슬로프를 희뿌연 안개가 뒤덮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제설기가 뿜어내는 눈 입자가 흩날리는 모습이었다.
일반 스키장과 올림픽 스키경기장의 눈은 밀도부터 다르다. 일반 스키장의 경우 물을 눈으로 바꾸면 부피가 5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올림픽 스키경기장의 경우 같은 양의 물을 눈으로 바꿔도 부피가 1.7배로밖에는 늘지 않는다. 눈 입자가 훨씬 촘촘하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눈과 얼음의 중간 단계쯤이다.
종종 슬로프에서 떨어진 눈 조각을 밟고 미끄러져 크게 다치는 선수들이 있다. 김 부장은 “이런 눈 조각을 ‘데스 쿠키(death cookie)’라고 한다”며 “눈을 제대로 만드는 건 선수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과 용평리조트, 휘닉스 스노우파크, 알펜시아 리조트 등 네 곳의 설상 경기장에 투입된 제설기는 모두 300대다. 87명이 24시간 눈을 만든다. 눈을 다지는 장비 ‘스노캣(snowcat)’도 46대가 투입됐다.
조직위는 경기장마다 인공눈을 150㎝ 높이로 쌓아 올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만드는 눈의 총 부피는 130만㎥이다. 축구장 면적에 높이 100m로 쌓아 올릴 수 있다. 투입되는 물도 약 80만t이다. 21일까지 공정률은 75%다. 인공눈 제설(製雪) 비용은 300억원이다.
◆‘아름다운 폐기물’과의 전쟁
21일 새벽부터 올림픽 개·폐회식장인 올림픽 플라자와 알파인 스키경기장인 용평리조트로 향하는 도로 일대가 중장비 굉음으로 시끄러웠다. 밤사이 내린 눈을 치우는 소리다.
평창올림픽 개최 도시인 평창과 정선, 강릉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2011~2017년 평창 지역 2월 평균 적설량은 5.6㎝다. 최대 적설량은 43.5㎝다. 강릉 지역은 평균 8.3㎝, 최대 77.7㎝다. 이따금 ‘눈폭탄’도 찾아온다. 2014년 2월 강릉 지역에는 하루 동안 174.1㎝의 눈이 쏟아졌다. 경기장과 숙소, 관련 시설을 연결하는 ‘올림픽 도로망’은 총 길이가 1070㎞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눈과의 전쟁’, 바꿔 말해 ‘제설(除雪)전’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모윤성(51) 조직위 폐기물관리팀장은 “올림픽 기간 내리는 눈은 교통 불편을 야기하기 때문에 성공 개최를 가로막는 방해꾼”이라며 “우리는 천연설을 ‘아름다운 폐기물’이라 부른다. 보기는 좋지만 당장 치워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설경보(예상 적설량 30㎝ 이상)가 발령되는 ‘비상상황’에선 최대 1400명까지 인력을 추가 투입한다.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강원도 내 공무원과 군인 등 1000명을 비상 합류시킨다. 최대 3000명이 제설작업에 나서는 셈이다. 모 팀장은 “대당 5억원인 유니목의 임대료 등 첨단 제설장비와 인건비 등으로 3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평창·정선=송지훈·박린 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