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끌고라도 오라"···'콩가루' 된 국민의당 의총

중앙일보

입력 2017.12.20 19:13

수정 2017.12.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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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콩가루' 의총...따로따로 브리핑에 유권해석까지 
  국민의당이 ‘콩가루 정당’이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바른정당과 통합 추진과 자신의 재신임을 건 전 당원 투표를 제안하면서다.  
 

국민의당 의원총회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동료의원들이 얘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날 오후 국민의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안 대표가 제안한 전 당원 투표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안 대표는 불참했다. 의총 시작 전부터 안 대표의 의총 참여를 놓고 실랑이가 오갔다.  
 
▶김경진 의원=“의총장에 설명 못 하는 대표라면 기본적으로 대표 자격이 없다. 대표 사임하든지 공개적으로 나와 떳떳하게 설명해라.”
▶정동영 의원=“기자회견장에는 나타나면서 의총에는 왜 나오는 거요. 그 정도 간땡이 갖고 어떻게 당 대표를 하겠어?”
▶유성엽 의원=“끌고라도 와야지!”
▶송기석 의원=“유성엽 의원님 말씀 좀.”
▶권은희 의원=“(노려보며)끌고라도 오라니요!”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권은혜 의원(오른쪽)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 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를 끌고라도 오라는 유성엽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파 대다수는 의총에 불참하거나 중간에 자리를 비웠다. 의총에는 24명 의원이 참석했는데, 이중 통합파는 권은희·김수민·송기석 의원뿐이었다.  


의총 결과를 발표하는 데도 소란이 벌어졌다. 김수민ㆍ권은희 의원, 김철근 대변인 등 통합파와 김경진ㆍ박주현 의원 등 반통합파가 ‘따로국밥’ 같은 결과를 전하면서다.
 
의총에서 반통합파는 이런 의견을 모았다.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희망하는 의원 및 당원은 차라리 국민의당을 탈당해서 합당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합당을 빌미로 국민의당 분란과 분열을 유도하는 안철수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다.”
 
 
논란의 핵심은 이 같은 내용을 의총에서 ‘의결’ 한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서였다. 김수민 의원은 “대다수의 의견이긴 하나 의결된 사안이 아니다”고 하자, 옆에 서 있던 김경진 의원은 “무슨 소리냐, 의결했다"고 반박했다. 두 의원이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헛소리한다”, “말조심해” 등의 막말과 고성도 오갔다.
 
이때 반통합파인 김경진 대변인은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기 시작했다. “당이 콩가루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의결 여부를 결정하는) 김 원내대표를 잡아오겠다 ”고 했다. 그러자 권은희 의원이 “녹취록에서 확인했다. 오늘 몇분의 의원들이 참석했고 대체로 이런 데 뜻이 모였다고 발표하겠다”며 의결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자 김경진 대변인이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경진 의원=“아 어디세요, 대표님. 아- 오세요. 대표님이 와서, 그거 대표님이 정리해줘야지. 빨리 오세요!”
 
김 원내대표가 결국 다시 의총장을 찾았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발표문은 총의를 모은 것이다. 참석하지 않거나 다른 뜻을 가진 분도 계시고…. 의총이 통합을 추진하냐 마냐에 대한 의결을 하는 기구가 아니다. 총의를 모았다가 정확한 표현이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김 원내대표가 정리발언을 하는 와중에 또 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반통합파가 의총장으로 들어왔다. 천 의원은 “의총에서 의결됐다. 수정안까지 만들었다”고 했고 조배숙 의원은 “왜 의결이 안 된 거냐. 우리가 발표하기로 한 거 아니냐”고 따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당원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결국 이날 소동은 김 원내대표의 퇴장과 함께 취재진이 자리에서 나가며 일단락됐다. 조배숙 의원 등 반통합파도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함께 자리를 떴다. 국민의당은 21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전 당원 투표 실시를 결정하기로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