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골목상권 해법 여기에 있네

중앙일보

입력 2017.12.1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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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 보마켓 

보마켓 밖 나무 테이블은 볕 좋은 날 커피나 와인 한잔을 나누기 좋 다

‘보마켓(@bomarket)’은 서울 소월로 남산맨션 1층에 있는 미니 가게다. 가게라고 한 건 굉장히 뭉뚱그린 표현인데 그럴 수밖에 없다. 외진 한 동 건물에 1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남산맨션에서는 보마켓이 편의점부터 카페·분식집까지 모든 역할을 한다.
 
2014년 보마켓이 문을 열기 전에도 그 자리는 원래 수퍼였다. 남산맨션의 위치가 물 한 병 사려 해도 한강진역까지 나가야 하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이 수퍼가 중요한 편의시설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을 닫게 되자 아파트 주민이던 유보라(39)·나훈영(41) 부부가 이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남산맨션 1층 동네 가게 ‘보마켓’
진기한 식료품에 카페까지 갖춰
럭셔리 마켓처럼 취향 담긴 공간

식료품이 예쁘게 정리된 내부.

자동차 디자이너인 유씨와 공간 콘텐트 기획자인 나씨가 창작자로서 업의 경험을 살렸다. 나씨는 이미 한남동 꼼데가르송 내 ‘로즈 베이커리’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내 ‘보키친’을 맡고 있다. 부부는 “하나를 사더라도 취향을 겨냥한 물건을 팔자”는 마음에 스스로 먹어 보고 써 본 제품 중 감각적인 것만 골라 가게에 내놨다. 보마켓에서 만난 주민 신승연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수퍼 하나 만드는 데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공사를 몇 달씩 했어요. 문을 열고 나서야 아, 이래서 시간이 걸렸구나 이해했죠.”
 
정체를 드러내자 사람들은 ‘라이프 셀렉트숍’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직접 가 보면 이유를 알 만하다. 33㎡(10평)가 될까 말까 한 작은 공간이 예쁘고 진기한 물건들로 가득하다. 한쪽 벽에는 라면·참치캔·우유부터 하인즈 케첩, 호주 대표 초콜릿 과자 ‘탐탐’, 맥캔즈 오트밀까지 국내외식료품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먹거리뿐일까. 럭키 스트라이프 담배, 일본 로이히 동전 파스, 마비스 치약 등 해외에 가면 하나쯤 사 보는 각국 대표 생필품이 가득하다.
 
다만 옛 ‘미제 가게의 추억’과는 분명 다르다. 디스플레이의 힘이다. 품목별로 여유를 잡고 10개를 넘지 않게 진열하고, 실한 토마토와 양파를 잘 닦아 나무 박스에 넣어 두는 식이다.


샌드위치

공간의 반이 수퍼라면, 나머지 반은 카페다. 커피와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샌드위치(5000원·사진)·라면(3000원) 등을 판다. 특히 블루베리·아몬드·건조딸기가 들어간 시리얼(5000원)이 인기 메뉴다. 최근 외부 손님들이 늘면서 오후 12~3시 사이 테이블이 꽉 차는 날이 종종 생긴단다. 보마켓에는 안에도 밖에도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하나씩 있다. 볕 좋은 날 커피 한 잔 하기도 좋지만, 이른 저녁 와인 한잔, 맥주 한 캔씩 가볍게 즐기기 그만이다.
 
글·사진=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