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도 디자인도 맛도 모두 다르지만 이번 시즌 크리스마스 케이크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이즈다. 작아졌다. 최근 가장 잘 팔리는 건 지름 15㎝ 내외로 많아야 2~3명 먹을 수 있는 1호 사이즈다.
10~15㎝ 미니 케이크 쏟아져
가격 부담 적어 디저트로 즐겨
함께 먹으며 사진 찍기도 좋아
업계에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케이크 트렌드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바게뜨 마케팅본부 권난기 케이크팀장(부장)은 “1인 가구 증가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크기와 디자인에 영향을 끼쳤다”며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작은 1호 케이크가 크리스마스용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큰 케이크는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2~3인 소가족에게도 부담스럽다. 혼자 사는 직장인 이민주(35·서울 여의도)씨는 “커다란 케이크를 사면 한 번 먹고는 며칠 후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과거엔 케이크가 특별한 날을 여러 사람과 함께 기념하기 위해 쓰였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디저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커피나 차와 함께 먹는 일상 속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이 때문에 양은 중요하지 않다. 부부 또는 자녀가 한 명인 2~3인 가구도 작은 케이크 하나면 충분한 이유다. 먹기 위한 게 아니라 분위기를 돋우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이자 음식 콘텐트 기획자 김혜준씨는 “요즘은 케이크가 초를 꽂고 불을 끄며 기분을 내거나 이를 기념한 사진을 찍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 때문에 미니 또는 1호 사이즈가 가장 인기”라고 설명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양몽주 그랜드 델리 지배인도 “최근 작은 사이즈의 케이크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케이크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기분 전환이나 분위기를 돋워줄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래머블 시대. 케이크도 많이 찍힐수록 잘 팔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특히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에 올리려면 케이크도 사진발을 잘 받아야 한다. 이때 디자인만큼 중요한 게 사이즈다. 사이즈가 크면 사진 찍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베이커리 셰프 라인하르트 라크너는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항공샷(위에서 촬영한 각도)은 케이크가 작아야 한 화면에 담기 편리하고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테이블 위의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김철순 신세계푸드 베이커리지원팀장은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먹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때 케이크가 너무 크면 테이블 위 다른 음식과 균형을 이루지 못해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매년 케이크의 주재료인 달걀·생크림·버터 가격이 크게 오르는데 이전과 같은 크기로 만들면 판매자뿐 아니라 고객에게도 부담스럽다. 작은 사이즈는 판매자와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인 셈이다. 남호영 우나스 대표는 “홀케이크처럼 커다란 케이크는 아무리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해도 4만원이 넘는 등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