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오씨는 이 센터장에게 1차 수술을 받은 지 32일 만인 지난 15일 “아주대병원 안의 (이국종)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치료를 잘 해준 데 대하여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말미에는 ‘오청성’이라는 이름 석 자를 크게 눌러썼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필체를 ‘태양 서체’, 김정일 필체를 ‘백두산 서체’라고 부르며 떠받든다. 반듯하게 쓰지 않고 우상향하는 서체가 특징인 ‘주체 필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쓰고 있다.
김씨는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저 글씨체를 많이 따라한다”며 “오씨의 글씨체를 보면 상당히 여유로운 환경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글씨를 잘 쓰려면 종이나 잉크, 펜이 필요한데 이를 보장받은 사람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위급 자제나 공부를 잘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씨는 자필 편지 외에도 이 센터장에게 “주한 미군과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헌혈도 많이 하고 세금도 많이 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오씨에게 법학개론 책을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씨가 어릴 때부터 군 생활하느라 공부를 많이 못 했다고 해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취지라고 이 센터장은 밝혔다.
이 센터장은 또 “오씨가 한국사회에 잘 정착해 ‘수원 오씨’로 살았으면 좋겠다”며 “잘 치료받게 돼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15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져 귀순 동기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오씨는 부축을 받아 몸을 움직일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