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정보기술(IT) 교육 전문기업들이 나서 방과 후 코딩 교실을 여는 핀란드처럼 한국도 IT 기업이 주도하는 코딩 교육 붐이 일고 있다. IT 대기업이 사회공헌 활동(CSR)의 하나로 무료 코딩 교육을 진행하면서 공교육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SK㈜ C&C, 초등학생 대상 무료 코딩 교실 열어
LG CNS·SKT·KT 등도 동참…교육에서 취업까지 이어지기도
현재 방과 후 IT 교육, 학생 부담 수익 사업으로 운영
"대기업 사회공헌으로 운영되는 무료 코딩 교실 확대해야"
김인호 행복한 학교 매니저는 "코딩 교육은 똑같은 공식으로 정해진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을 학생 스스로 찾는 것에 방점을 둔다"며 "이는 인공지능(AI)이 보편화하는 미래를 살게 될 인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했다.
IT 기업이 학생들에게 코딩이 활용되는 분야 진로를 찾아주고 창업도 돕는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대학생 창업동아리를 대상으로 한 청년 기업가 양성 프로젝트 'SK청년비상 캠프'를 운영 중이다. KT도 지난 2007년부터 직원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IT 서포터즈'를 만들어 도서·산간 지역 학생들에게 코딩 교육과 진로 체험 교실을 열고 있다. SK㈜ C&C가 장애인 IT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한 '씨앗 프로그램'은 실제 취업으로도 연결되기도 했다. 자바(JAVA·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 개발자 교육과정 교육생 23명 중 1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내년 정규직 입사 예정인 이재호(24·경북대)씨는 "대학의 컴퓨터 전공 교육은 광범위한 전문 지식을 가르치지만, 기업에선 IT 개발자가 되기 위한 필수 역량을 짧은 시간에 배양해 준다"며 "실제 현장에 일하는 선배 실무자의 현실적인 멘토링도 기업 코딩 교육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IT 기업이 후원하는 무료 코딩 교실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선 일선 학교 재정이 열악하다 보니 수업료는 학생이 부담하고 수익은 민간 업체가 가져가는 형태로 방과 후 IT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교사 반발로 IT 기업 주도의 코딩 교육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갑수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IT 교육이 민간 업체의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면 학교와 업자 간 결탁과 함께 가계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지는 문제도 생긴다"며 "IT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행되는 무료 코딩 교육이 일선 학교에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