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목소리 끝은 떨렸다. 경계심이 가득했다. “부담스럽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결정 난 게 지금 없잖아요, 아직 MBC 소속이고요. 행여 기자분이랑 통화한 게 알려지기라도 하면…”이라고도 했다.
A씨는 이른바 MBC ‘시용’ 기자다. 총선과 대선이 있던 2012년, MBC는 몸살을 앓았다. MBC 언론노조는 6개월 이상 파업했다. 파업이 길어지자 김재철 사장은 외부 경력기자를 대거 채용해 맞불을 놓았다. 당시 긴급 수혈된 경력기자에겐 ‘시용’(임시고용)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갈등은 파업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듬해 비(非)언론노조 측은 자신들이 언론노조원에게 당한 부당행위를 취합해 공개했다. 구체적인 시간·공간 등이 명기된 자료엔 폭언과 차별이 적지 않았다. “시용, X발 새끼들”이라고도 했고, “난 시용이랑 밥 같이 안 먹어”라는 경우도 허다했다. 비언론노조 관계자는 "후배 노조원이 선배 ‘시용’에게 반말투로 말하곤 했다”며 "순혈주의와 공채 기수문화에 찌든 기득권 집단이 가한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대대적인 인적청산을 앞두고 ‘시용’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최 신임사장은 "그동안 불공정 보도, 비윤리적 취재가 많았다.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미 MBC 내에선 “부역자 처단”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다. 약자를 위한다는 노동조합이 그간 받은 상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조직 내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칼끝을 겨누는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까.
다시 A씨와의 통화. 익명을 보장하고 신분은 절대 드러나지 않게끔 하겠다고 했다. 전화기 넘어 “휴-” 하는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얼마나 집요한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이만 끊을게요, 죄송합니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