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싸고 편하게 일몰·일출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중앙일보

입력 2017.12.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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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검도 인근 선두리 어시장에서 마주친 일몰. 기러기 떼가 붉은 하늘을 가르며 날고 있다.

세밑엔 바다가 끌린다. 한 해 동안 쌓인 괴로움을 던져 버리고 달려가고픈 바다. KTX가 강릉까지 연결돼 동해로 가기가 좋아졌지만 서쪽으로 차를 몰았다.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는 섬 인천시 강화군 동검도가 목적지다.
 
면적이 1.61㎢로 서울 여의도보다 작고 섬 가운데 산(125m)이 봉긋 솟아 있어 120가구 230명의 주민 대부분이 해안가에 터 잡고 사는 동검도. 많은 매력을 품고 있지만 접근성이 특히 좋다. 서울 시청에서 55㎞. 통행료도 내지 않고 1시간 만에 갈 수 있는 데다 본섬과 연결된 제방도로 덕에 배를 탈 필요도 없으니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더 이상 저렴할 수 없다.

강화도 본섬과 연결된 동검도
주민 200여 명 작은 섬에
영화관·미술관까지 있어

35석 규모의 아담한 DRFA365예술극장.

지난 6일 차 2대가 간신히 교차할 수 있는 도로를 건너 섬으로 들어갔다. 먼저 찾은 곳은 섬 북동쪽의 DRFA365예술극장이었다. 1년 365일 예술영화만 상영하는 35석 규모의 극장이다. 오전 11시에 예약한 영화는 ‘오케스트라의 소녀’였다. 손님은 7명 있었다. 영화 시작 전 극장 대표 유상욱(53) 감독이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대공황의 암운이 남아 있던 1930년대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도 좋지만 당대의 전설적인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1882~1977)가 직접 출연해 영화사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동검도 동쪽 바다 전망이 좋은 2층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했다. 신수경(57)씨는 올해만 다섯 번 이 극장을 찾았단다. “서울 극장에서도 볼 수 없는 예술영화와 아름다운 섬 경치를 만끽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을 피해 자주 와요. 집(서울 송파구)에서 1시간30분이면 올 수 있거든요.”


왜 동검도에 극장을 세웠을까. 유 감독은 “좋은 영화를 함께 감상한 사람들끼리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공간을 꿈꿨는데 동검도의 아늑한 풍경과 갯벌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섬 남쪽은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작업 중인 화가 김가빈씨.

극장을 나와 섬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간조 때여서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 있었고 갯가에는 금빛 갈대가 나부끼고 있었다. 섬 동쪽부터 남쪽으로 가는 길에는 듬성듬성 카페와 펜션이 있다. 섬 남부에는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화가 김가빈씨는 10년 전 은퇴한 남편과 함께 동검도로 터를 옮긴 뒤 공방 겸 게스트하우스 ‘씨앤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마침 작업 중이던 김씨를 만났다. 섬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지 물었더니 “조용하고 깨끗해 작업하기엔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섬 서쪽은 바다 건너 장봉도 쪽으로 해가 떨어지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소문나 있다. 자리를 잡고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한데 이게 웬일. 진눈깨비가 날리기 시작하더니 사방이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일몰 풍경을 포기하고 섬 밖으로 나갔다. 섬에서 10분 거리인 선두리 어시장을 찾아 뜨끈한 꽃게탕으로 허망한 마음이나 달래려는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조금씩 갰다. 그러더니 어시장 뒤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동검도

일출은 섬 안에서 제대로 보고 싶었는데 오전 8시가 넘어서야 안개가 조금씩 걷혔다. 갯벌 곳곳에 깊은 물골이 드러났고, 희끄무레한 물체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기러기와 두루미, 부리가 활처럼 휜 도요새였다. 끼룩끼룩, 끼익. 물 빠진 갯벌에는 바람 소리와 새 우는 소리만 울렸다. 드라마틱하진 않았지만 깊고 진한 여운이 남는 풍경이었다. 30년대 흑백영화처럼.
 
◆여행정보
서울시청~동검도는 53㎞, 자동차로 1시간30분 걸린다. 섬 안 도로는 좁고 포장상태가 좋지 않다. 예술극장은 홈페이지(drfa.co.kr)에서 예약. 관람료 1만원. 070-7784-7557. 펜션은 4인 가족 기준 평일 7만~10만원 선. 섬 안보다 강화도 본섬으로 건너가면 꽃게탕이나 갯벌장어를 파는 식당이 많다.

 
동검도(인천)=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