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을 이렇게 시작했다. 단어 하나하나를 끊어 읽는 특유의 화법으로 금리 인상 이유와 통화정책을 조목조목 설명해 나갔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이었지만 앞서 3월, 6월과 마찬가지로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다. 사전에 금리 인상 신호를 충분히 줘서 시장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옐런의 소통법 덕분이다. 차분하게 Fed를 이끌며 미국 경제를 회복 반열에 올려놓은 옐런의 퇴장을 시장이 애석해하는 이유다.
금리 인상 결정 후 마지막 회견
미국 경제 안정적 성장 궤도에 올려
실업률 6.7% → 4.1% 크게 떨어지고
지난 4년 주가 상승률 25% 웃돌아
전문가들 “시장과 소통하는데 탁월”
부진한 인플레이션 등엔 아쉬움도
지난 10월 미국 실업률은 4.1%였다.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옐런 취임 당시는 6.7%였다. 임기 동안 2.6%포인트 떨어뜨렸다. 퇴임하는 내년 2월에도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옐런 의장은 임기 말 기준으로 1970년 윌리엄 마틴 의장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게 된다. 만약 실업률이 3.9%까지 떨어지면 1951년 토머스 매케이브 의장이 기록한 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8년간 재임한 ‘Fed의 전설’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재임 기간 실업률을 1.3%포인트 떨어뜨리는 데 그쳤다.
지난 4년간 주가는 25%가량 올랐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옐런이 취임한 2014년 2월 1일 1만6441.53이었다. 13일에는 2만585.43을 기록했다.
전문가의 시각도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 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0%가 옐런에게 A학점(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줬다. 러셀 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지표가 가리키는 결과는 최적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옐런의 전임자인 벤 버냉키 전 의장은 2014년 같은 형식의 조사에서 34%만이 A학점을 주었다.
옐런의 업적 가운데 아쉬운 부분으로는 부진한 인플레이션과 정체된 임금 인상률이 꼽힌다. 그는 “실업률이 떨어지면서 임금 상승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예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옐런은 기자회견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몇 년째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은 퇴임 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조지타운대 경제학과에 재직하는 남편 조지 애컬로프 교수와 한동안 워싱턴에 머물 계획이다.
옐런은 뉴욕 브루클린의 폴란드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였다. 브라운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1971년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해 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20여 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