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계란을 던진 지지자에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안철수 대표를 향해서는 “호남이 상처입는 것 같아 서글프다. 어렵게 주어진 이 기회를 외면하고 싸움의 정치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계란 사태’를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로 활용한 셈이다.
국민과 접촉하는 현장에서 정치인들이 분노한 시민들에게 계란이나 물병으로 맞는 것은 다반사다. 인명피해는 없고 시각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계란을 잘 맞으면 국면전환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1991년 노태우 정부의 정원식 총리는 국면전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대학가는 전교조 탄압에 대한 항의, 학원 자유화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왔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잇따라 사망하며 분노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이 와중에 전교조를 불법화한 정 총리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앞다퉈 그에게 계란과 밀가루를 던졌다. 그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20분동안 계란과 밀가루를 맞은 뒤에야 학교를 떠날 수 있었다.
계란의 대가는 적지 않았다.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 쓴 총리의 사진이 보도되자 동정론이 일며 학원 민주화 투쟁에 대한 비난이 일었고 투쟁 동력도 사그라들었다. 반대로 총리서리였던 그는 국회 동의로 정식 총리취임을 했다.
반면 계란을 잘 못 맞았다가 오히려 반발을 산 경우도 있다. 지난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사드로 흥분한 민심을 달래려 성주 방문했다가 계란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황 총리가 서울로 복귀한 뒤 경북지방경찰청서 가해자 색출에 나서면서 성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당시 주민들은 “눈앞에선 사드를 배치해 죄송하다고 하고, 뒤에선 색출하겠다는 게 진짜 사과냐” “그럼 계란도 안 맞을 줄 알고 여기까지 내려왔느냐”고 따졌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