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피해 방지법 내년 2월 시행
관리인, 사적 영역 개입 근거 마련
금연아파트 지정 안 된 곳도 포함
관리인 권고뿐, 강제 이행권 없어
경비원들 “우리가 무슨 힘 있나”
전문가 “실내금연 캠페인 더 효과적”
이러한 갈등이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는 11일 공동주택 가구 내 간접흡연 피해를 막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내년 2월 10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층간흡연 갈등 해결에 공동주택 관리인이 개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법률이 시행되면 층간흡연 피해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할 경우 관리인(경비원)이 중재에 나선다.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금연을 권고한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흡연자)는 경비원의 권고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됐다. 주민들이 자치조직을 구성해 간접흡연 분쟁 예방·조정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을’의 입장인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주민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양영수(52)씨는 “경비원이 찾아가도 집 절반은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거다. 관리인 입장에선 입주자를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렵다”며 “지금도 층간흡연 민원이 가끔 들어오는데 인터폰으로 양해를 구하는 것 이상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아파트 경비원인 박상열(59)씨는 “용역업체 소속의 계약직 입장에서 가정에 들어가 흡연 사실을 확인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평소에도 주민들 눈치 보기 바쁜데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고 말했다.
임숙영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이번 법안이 층간흡연 해결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우려는 알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주거공간을 경찰 등 공권력이 단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이번 법안을 주민 자치로 해결하되 중재자(관리소)의 개입에 힘을 실어 준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효과가 없는 법을 두고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을 강조하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적 공간에서의 흡연을 금지하는 규제 조항은 따로 없다. 공공장소와 달리 개인의 자유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 시행보다는 주민 스스로 실내흡연을 자제하도록 돕는 대국민 캠페인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종훈·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