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문 회사 ‘솔루나리빙’ 이은주(43)·스티븐 양(49) 공동대표는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Philadelphia Museum of Art·이하 PMA)’ 페어에 한국 작가 25명을 이끌고 다녀왔다. 올해 41회째인 PMA는 미국 최대의 공예 페어다. 미국 작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기본이지만, 2001년부터 게스트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실행해 매년 한 개국씩 다른 나라 작가를 초대하고 있다. 2009년에 이어 올해 다시 초대받은 한국은 도자기·금속·섬유·유기·주얼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공예작가들이 참석했다. 이 중에는 ‘미술계의 악동’으로 소문난 데미안 허스트가 지난 2년간 수억원대의 가격을 주고 4점이나 사들인 황삼용 나전장인의 칠기공예 연작 ‘조약돌’도 포함됐다.
‘솔루나리빙’ 이은주·스티븐 양 부부
“옻칠·금속·도자기 공예 등 경쟁력
홍콩엔 글로벌 기업 지사 많아 유리”
한국 작가 25명과 PMA페어 참가도
이씨와 중국계 미국인 스티븐은 외국 여행에서 만나 장거리 연애 후 결혼했다. 홍콩과 한국을 번갈아 살며 서양화가였던 이씨는 개인작업을, 남편 스티븐은 GS왓슨스의 CEO를 역임했다. 5년 전 홍콩으로 다시 주거를 옮기면서 이씨는 한국 미술 전시 기획을, 남편은 경영 컨설팅 일을 했다.
“홍콩은 글로벌 럭셔리 기업의 아시아 지사장들이 많이 살고 있고, 아트 바젤이 열리는 등 아트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한국 공예도 충분히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예요. 또 본국으로 돌아간 그들을 통해 유럽에도 자연스레 한국 공예가 소개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양)
회사명은 태양(솔)이 떠오르는 아침부터 달이(루나) 뜨는 저녁까지 우리 의·식·주·행에서 필요한 제품을 다룬다는 의미다. 행(行)은 여행과 힐링용 제품이다. 솔루나리빙은 앞으로 홍콩을 비롯한 외국에서 트렁크 쇼, 팝업스토어, 전시회 등을 갖고 한국 공예 작가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현재 홍콩·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e커머스 사이트도 구축 중이다.
두 사람은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려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더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시장에서의 판매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더 많은 장인과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그들에게 꾸준히 외국인 소비자와 바이어의 피드백을 전달해 한국 공예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돕는 게 우리의 1차 목표”라고 말했다.
홍콩=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