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생존자인 서로 세츠코(サーロー節子·85)가 72년 전 목격한 원폭 폭발 순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대표해 시상식에 오른 서로는 끔찍했던 피폭 경험을 공개했다.
ICAN은 '유엔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단체로 선정됐다.
피폭 당시 13세였던 그는 이날 수상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그날 아침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핵무기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서로는 “나는 무너진 건물 아래 갇힌 상태로 의식을 되찾았다. 고요와 어둠 속에서 같은 반 친구들의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눈을 떴을 때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따라 최대한 빨리 기어나오라’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의 조언에 따라 필사적으로 해치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원폭이 떨어진 후 벌어진 참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내가 기어 나왔을 때 잔해는 불타고 있었고, 같은 반 친구 대부분은 그 건물 안에서 산채로 불에 타 죽었다”면서 “유령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걸어 다녔고, 그들의 신체 일부는 사라지고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대부분 타버리거나, 증발하거나, 숯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또 서로는 “폭탄 한 개로 내가 사랑하던 도시가 완전히 없어졌고, 그 후 수주·수개월·수년에 걸쳐 수천 명이 방사선 때문에 무차별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죽어 나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사망한 네 살배기 조카를 언급하며 “매일 매 순간, 핵무기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광기를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로와 함께 수상 연설에 나선 핀 ICAN 사무총장도 “세계가 자존심 상처에서 비롯된 핵무기에 직면했다”며 “수백만 명의 죽음(핵전쟁)이 사소한 짜증 한 번으로 촉발될 지경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시상식에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개 핵보유국 대사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