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솔(31) 동네방네협동조합 대표는 서울 출신이지만 대학(한림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면서 춘천 사람이 됐다. 2012년 예비 사회적 기업 ‘동네방네’를 만들어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춘천의 구도심에 관심이 생겼다. 그는 “구도심 투어를 진행했지만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엔 미흡했다. 좀 더 지역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상권이 무너진 여관촌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30여 개의 여관ㆍ모텔이 모여있는 근화동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곳은 20곳이 채 안 됐다. 여관 주인들을 만나 예약 시스템 등을 갖춘 현대식 숙박시설로 바꿔보자고 권했지만 모두 “그래 봐야 소용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동네방네가 직접 ‘실험’에 나서게 된 이유다. 그즈음 동네방네는 협동조합으로 전환 설립 절차도 밟았다. 조씨를 비롯한 다섯 명의 춘천 청년들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조씨는 춘천의 청년활동가들 중 맏형 격이다. 동네방네협동조합의 직원으로 활동하는 김윤환(28)·이경하(27)씨뿐 아니라, 동네방네의 여행ㆍ교육ㆍ축제기획 등의 사업을 하면서 만난 청년들이 독립적으로 춘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2015년부터 죽림동 중앙시장 2층에서 일본 라멘집 ‘궁금한이층집’을 운영하는 홍근원(29)씨도 그런 경우다. 홍씨는 “원래 상가 창고였던 공간이다. 식당 손님 중 시장 외부인이 9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춘천 토박이인 오석조(30)씨는 지난해 또다른 협동조합 ‘문화인력양성소 판’을 만들어 ‘무한청춘 페스티벌’‘춘천마임축제’ 등의 문화행사 기획과 문화예술 전문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씨에게 꿈을 물었다. “같이 놀 친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들이 하나둘 서울로 떠나는 게 싫더라고요. 춘천의 문화예술인 중 30∼40대를 찾기 어려워요. 저희같은 활동가들이 많아져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복원됐으면 합니다.”
춘천=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