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본 영화 남한산성 팩트체크
전투 묘사 일부, 역사적 사실과 달라
가파른 산 위에 지어져 방어 수월해
요충지에 적 활동 감시 위한 돈대도
경기관광공사 ‘도보 여행 명소’ 선정
하지만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전투를 역사적 사실과 일부 다르게 그렸다는 주장이 있다. 영화 후반부 청군의 공격으로 성이 함락 직전 상황까지 몰린 것처럼 표현된 점, 근왕군이 왕의 출병 명령을 어긴 것처럼 묘사된 점 등이다.
특히 성곽 중 낮게 쌓은 담장인 여장이 눈에 띈다. 여장의 높이는 70㎝~135㎝ 정도다. 적의 화살이나 총알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개 여장에는 3개의 총안이 있다. 여장과 여장 사이는 15㎝가량 떨어져 있는데 이 공간을 통해 넓은 면적의 조망이 가능하도록 해 방어의 효율성을 높였다.
또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또 한겹의 성벽을 쌓은 옹성과 전략적인 요충지에 설치해 적의 활동을 관찰하는 돈대, 비밀통로인 암문 등도 갖췄다. 이밖에 성 안쪽은 경사가 완만한 데다 물도 풍부해 천혜의 요새였다는 평가다. 학자들 사이에서 남한산성에 식량·화약을 충분히 비축했다면 전쟁이 47일 만에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강진갑 경기대 교수는 “당시 조선에는 천연두까지 유행해 조선군이 좀 더 버텼다면, 더 유리한 조건에서 청과 화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병자호란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 남한산성과 달리 근왕군은 왕의 명령을 받은 후 신속하게 출동, 청군과 전투를 펼쳤다고 한다. 영화는 출병 명령을 전달하러 온 서달쇠를 죽이려 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근왕군은 인조가 남한산성에 입성한 1636년 12월 14일부터 이듬해 1월 7일까지 청군과 9차례 교전을 치렀다. 당시 조선의 군대가 완벽히 청군을 막지는 못했지만, 목숨이 아까워 출병하지 않을 정도의 군대는 아니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경기관광공사는 이달 ‘가봐야 할 도보여행 명소’ 5곳으로 남한산성 등산로 1코스, 소요산, 국립수목원 등을 꼽았다. 남한산성 1코스는 산성 종로(로터리)~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산성 종로(로터리)로 이어지는 3.8㎞ 구간이다. 80분가량 걸린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