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최재형 … 연수원 때 몸 불편한 동료 업고 2년 출근

중앙일보

입력 2017.12.0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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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7일 감사원장 후보자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가운데)을 지명했다.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 최 후보자가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김춘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로 판사 출신의 최재형(61) 사법연수원장을 지명했다. 전임 황찬현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만큼 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을 거쳐 취임하게 되면 문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비로소 감사원장이 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최 후보자는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지난달 청와대가 발표한 ‘7대 비리 고위공직 임용 원천 배제’ 원칙이 적용된 첫 인선이다.

문 대통령, 비호남 판사 출신 지명
자녀 4명 중 아들 2명은 입양해
부친, 6·25 때 대한해협 해전 영웅

문건유출 관련 조응천에 무죄 선고
야당 “결격 사유 없는지 철저 검증”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번 공개했던 기준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때문에 인선도 늦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검증에선 7대 기준에 비춰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 후보자는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모두 호남 출신이어서 비호남 출신을 우선 발탁하려 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3기로 1986년 판사 임용 후 30여 년간 민사·형사·헌법 등 다양한 분야의 재판 업무를 맡았었다. 95년부터 2년간 헌법재판관에서 헌법연구관으로도 있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쳐 대전지방법원장과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냈다.
 
최 후보자의 지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담 사례도 회자됐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최 후보자는 두 딸을 낳은 뒤 군 복무 중인 장남을 비롯, 두 아들을 입양해 네 자녀를 두고 있다. 최 후보자가 가정법원장일 때 함께 근무했던 김성우 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본인이 스스로 입양도 하고, 어떻게 입양을 하고 어떻게 입양아를 대해야 할지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며 “사회적 약자에도 관심이 많아 가정법원장으로서 적임이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가정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관 합창단을 만들었고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을 초청해 함께 합창회를 열기도 했다.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13기) 시절 거동이 불편한 동료를 업고 2년간 출퇴근시켜 준 일화가 있다. 최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법조인은 “그 일은 당시에 꽤 유명한 일”이라며 “몸이 불편했던 그 사람은 최 후보자의 고교 친구라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또 자녀 2명과 함께 최근 5년간 13개 구호단체에 4000여만원을 기부한 일도 있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최 후보자는 육군 중위로 군 복무를 마쳤지만 그를 제외하면 ‘해군 가족’이다. 부친이 6·25 당시 대한해협해전 참전용사인 최영섭(해사 3기)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친형도 해군 대위로 전역했고 장남은 해군 이병으로 입대했다. 최 후보자 부친과 장남은 지난해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기념 시구와 시타에 나서기도 했다. 해군과 롯데자이언츠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당시 부산 앞바다에서 벌어진 대한해협 해전에서 백두산함 갑판사관으로 참전했던 최 후보자 부친과 대를 이어 해군에 복무하는 장남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것이다.
 
최 후보자는 2016년에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7년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분양권을 신청한 행위는 불법이므로 당첨된 분양권에 대한 권리는 명의자에게 있다는 판결도 내렸다.
 
야당은 이날 송곳검증을 강조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새롭게 발표한 고위공직자 7대 배제 원칙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뿐만 아니라 대통령 최초 공약이었던 5대 배제 원칙의 위반 여부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권력의 입맛 따라 감사가 이루어지는 등 잘못된 관행들이 있던 감사원을 개혁할 적임자인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위문희·문현경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