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페루즈는 서양인 중에서 최초로 울릉도를 봤다. 그는 탐험대원 중에서 울릉도를 가장 먼저 발견한 천문학자 다즐레(Dagelet)의 이름을 따서 울릉도를 다즐레 섬(I.Dagelet)이라 명명했다. 1950년대까지 150여년간 서양 지도에서 울릉도의 이름이 다즐레 섬이었던 이유다.
국립해양박물관,5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해양명품 100선,바다를 품다’ 기획전 개최
2만2000여점 중 엄선한 명품 100점 선보여
해도첩,지구의·천구의,항해 장비 등 다양
해도첩에 '한국해(MARE DI CORAI)’ 표기
Gulf of corea,COREE,Fretum corea 표기도
통영 나전장,쌍용도,조선 수군조련도 등 눈길
『라페루즈 세계 탐험기』에는 1787년 5월 19일부터 27일까지 조선의 제주도 부근부터 시작해 남해안과 동해안을 탐사한 내용과 실측 해도가 있다. 이 책에선 한국이 ‘CORÈE’로 표기돼 있다.
『라페루즈 세계 탐험기』처럼 인간의 바다 정복과 탐험 역사를 보여주는 진귀한 해양유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국립해양박물관(관장 손재학, 부산 영도구 동삼동)이 개최하는 ‘해양명품 100선, 바다를 품다’ 기획전이 그것이다. 2012년 7월 문을 연 국립해양박물관은 그동안 수집한 2만2000여점의 유물 가운데 전시품을 엄선했다.
5일 오후 전시장을 다녀왔다. 전시 첫날이었지만 많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 전시 물품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고, 그 속의 한국·동해 표기 등을 알아본다.
먼저 로버트 더들리(Robert Dudley,1574~1649)의 해도첩 『바다의 신비』 (1646~67년 이탈리아)다. 17세기 중반까지 세계의 항로를 포괄하는 해도집이 출간되지 못했으나 1646년 영국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로버트 더들리가 출간했다. 국립해양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해 전 세계에 10권이 있다. 나침반 등 항해 도구의 사용법, 바다에서 별을 보고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 전 세계 140장의 해도가 첨부돼 있다.
주목할 점은 전체 세권으로 된 지도책 중 한반도가 그려진 지도가 2장 포함돼 있다는 것. 한장은 한반도 전체를, 나머지 한장에는 동해안 일부가 표시돼 있다. 한반도 전체를 표현한 지도에는 동해를 한국해(MARE DI CORAI)로, 한반도를 ‘조선왕국 그리고 반도(RENGO DI CORAI, e Penisola)’로 표기해놓았다.
또 구스의 해도첩(1666년)에는 한국을 ‘COREA’로, 아담스 일가의 지구의·천구의(1797년)에는 동해를 한국해(Mare corea), 대한해협을 한국해협(Fretum corea)로 표기해놓았다. 1818년 영국인 바실 홀(Basil Hall)이 쓴 탐사기에는 갓을 쓴 조선인을 그린 삽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뉴튼 일가의 천구의는 12개의 별자리인 ‘황도 십이궁’, 북극 지점, 달력, 방위와 바람의 방향 등이 표기돼 있어 별자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밖에 고대부터 중세까지 그리스·아라비아·유럽에서 사용된 천체관측기구인 ‘아스트롤라베’,아담스 일가의 지구의·천구의, 태양과 별의 위치와 시간 등을 알기 위한 ‘녹터널(Nocturnal)’ 등이 있다.
세종시에서 왔다는 성연준(10·초등3년)군은 “한국사 1급에 합격하는 등 역사에 관심이 많아 가정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부모와 함께 왔다”며 “오래된 전시된 물품을 보니 탐험시대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유물로는 1682년(숙종8) 조선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제술관 성완(成琬)과 이담령(李聃齢), 홍세태(洪世泰) 등이 일본인 야마다 겐킨(山田原欽)과 주고받은 시를 모은 두루마리 형태의 조선 통신사 수창시(酬唱詩)가 있다. ‘조선의 시인이 신선이 타는 배와 말을 타고 와서 일본 도처에 새로운 흥취를 일으킨다’는 구절이 재미있다.
1811년(순조11) 일본을 방문했던 제12차 통신사 부사 이면구(1757~1818)가 일본 학자들과 시문수창(詩文酬唱)을 나눈 두루마리 형태의 조선 통신사 봉별시고(奉別詩稿)에는 ‘…이별한 뒤에 그리움이 간절할 것을 알겠으니, 해가 아침마다 계림의 산을 비추리…’라는 애절한 구절이 나온다.
조선 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 동안 12회에 걸쳐 일본에 파견된 외교사절단을 말한다. 한양에서 일본 에도(도쿄의 옛 이름)까지 왕복 3000㎞가 넘는 거리를 오갔다. 기간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걸렸다.
조선 시대의 의장용 칼인 ‘쌍용도’ 칼집에는 최고급 철갑상어 껍질로 접합부위가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감싸놓았다. 8폭 병풍으로 된 ‘조선 수군조련도’는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보여준다. 조선 수군의 학익진·방진·원진 등이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유지후(11·초등 4년)군은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학교 수업을 빼먹고 서울에서 부산에 출장 온 엄마를 따라 왔다가 할머니와 함께 박물관에 들렀다”며 “좋은 역사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일반 목가구의 문양과 달리 나전칠기로 통영 지도를 묘사한 장식 농도 이채롭다. 권유리 박물관 선임 학예연구사는 “충렬사·세병관 등을 그린 장식 농 속의 지도는 온양 민속박물관에 보관 중인 19세기 통영의 ‘성도 지도’ 원본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개관 5년만인 지난 8월 누적 관람객 600만명을 돌파했다. 흥미를 유발하는 상설전시, 대형수족관, 분기별로 진행되는 기획전시, 우수한 교육·체험행사가 한몫하고 있다.
손재학 박물관장은 “모든 유물이 참으로 소중해 그 경중과 우열을 가릴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해양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명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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