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압록강 인근서 현지지도
주요 도발 직전엔 공개활동 중단
군사업무 챙기다 도발 후 나타나
일 저지른 후 잠행 김정일과 대비
정부 당국자는 “북한 지도자들은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 F-22 등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국에 올 때 공개활동을 중단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가 평양을 비우고 후방 지역으로 간 게 이번 훈련과 관련이 있는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는 F-22와 F-35 등 스텔스 전투기 24대가 참여 중이다. 그래서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유사시 상대적으로 안전한 북·중 국경지역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주요 도발 전에는 공개활동을 중단한 채 관련 내용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도 지난달 네 차례(미사일 발사장 참관 제외) 현지지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차례에 비하면 현저히 줄어든 데다 지난달 현지지도도 트럭공장 등 미사일과 관련된 것이다. 이런 김정은의 공개활동 패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 대비된다. 김정은이 ‘거사’ 전 잠행한 것과 달리 김정일은 행동 후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미사일 공장 등에 머물며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김정일은 주변의 반응을 고민한 흔적이다.
실제 김정일은 2003년 초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1월 11일)하고,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2월 12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한 후 모습을 감췄다가 50일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또 북한이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하루 전인 2006년 7월 4일에는 평양 대성타이어공장을 시찰하고 나서 40일간, 같은 해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전후해선 12일 동안 공개활동을 하지 않았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에도 9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최근 북부지역 현지지도와 관련해선 미국의 군사적 옵션에 대응하거나 추가 도발을 준비하려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자강도와 양강도에는 군수공장들이 밀집해 있다”며 “군수공장을 점검하고,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대비하는 차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방문지인 삼지연을 두고 또 그가 고모부 장성택 처형 등 결단을 내리기 전 방문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삼지연 구상’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정은은 2013년 11월 삼지연을 찾은 지 10여 일 뒤 장성택을 처형했고, 지난해 11월 이곳을 다시 찾아 김일성 주석 일가의 우상화 차원의 삼지연 개발을 지시했다”며 “삼지연 개발 진척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삼지연 구상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