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럭시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mobility·이동수단) 연구 사업인 ‘프로젝트 아이오닉’을 추진하고 차량 공유 알고리즘과 차량 공유 시스템 등에 대한 공동 연구를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차만 팔아선 어렵다” 업계 새 전략
현대차, 78만 회원 럭시에 50억 투자
AI·공유경제 플랫폼도 공동 개발
볼보·도요타·벤츠 글로벌 업체도
우버 등 차량공유업체 제휴 잇따라
두 회사는 기술 공동 연구에 앞서 차량 판매와 공유을 결합한 ‘카풀 이웃으로 내차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을 리스로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이다.
프로그램에 참여 신청을 한 고객은 현대캐피탈을 통해 아이오닉을 리스로 구입하고, 해당 차로 출퇴근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서비스로 발생한 수익을 차량 리스 요금을 내는 데 사용해, 결과적으로 차량 구매 시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해당 서비스의 차량공유 연결과 요금 정산 등의 전반적인 운영은 럭시가 맡는다. 럭시는 프로그램 참가자 100명을 선정해 차량공유 운전자가 원래 받는 정산금에 20%를 추가로 주는 혜택을 1년 동안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퇴근 길 빈자리를 공유해 수익도 내고, 경제적으로 차를 살 수 있어 서비스 운영사와 고객 모두 ‘윈-윈’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럭시의 ‘차량 공유 동맹’에는 자동차 판매 시장의 미래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고민이 담겨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커질수록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신차를 판매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미 대세가 된 차량 공유 서비스를 틀어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인 소유용 차만 팔아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단기적으로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새로운 판매 창구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사업 분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글로벌 업체들의 공통적인 전략이다. 업체에 따라 차량 공유 업체에 차량을 제공하거나, 자금을 투자하거나, 힘을 합쳐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골고루 택한다.
볼보는 2019년부터 3년간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볼보에 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차량 2만4000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지만, 우버는 여기에 차량 공유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탑재하고 미국에서 무인 택시 서비스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 역시 여러 차량 공유 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우버와 제휴를 통해 차량 리스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업체 ‘그랩’과 미국 업체 ‘겟어라운드’ 등에 투자한다.
전통적인 라이벌의 경계를 넘어선, 업체 간 ‘합종연횡’도 벌어지고 있다. GM은 미국 2위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경쟁사인 포드 역시 리프트와 협력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각각 중국의 ‘디디추싱’, 미국의 ‘비아 트랜스포테이션’과 함께 차량 공유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차량 공유 서비스 확산으로 2030년에는 일반소비자 자동차 구매가 현재보다 연간 400만대 감소하는 반면 차량 공유용 판매는 200만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