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글로벌J카페] 여성을 노렸다 … 슈퍼카 람보르기니의 첫 SUV '우르스'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17.12.05 11:14

수정 2017.12.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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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럭셔리 자동차업체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아니었다. 슈퍼카 브랜드라면 더욱 그랬다. SUV는 패밀리카, 영업용 이미지가 강한데다 균형 잡힌 디자인을 잘 뽑아내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했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하지만 이들도 SUV 열풍이라는 대세를 져버릴 수는 없었다. 슈퍼카 브랜드들이 ‘슈퍼 럭셔리’ SUV 시대를 열고 있다. 이탈리아 슈퍼카 람보르기니가 가장 최근 이 행렬에 동참했다. 람보르기니는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산타가타 볼레네제에서 SUV 신차 우르스(Urus)를 처음 공개했다.  

람보르기니, 4일 이탈리아에서 '우르스' 공개
레이싱카 이미지 버리고 가족, 여성, 젊은층 공략

람보르기니 우르스

 
우르스는 람보르기니가 선보이는 첫 SUV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르스가 람보르기니 차량 라인업에서 비어있던 SUV 자리를 채웠다”며 “SUV 또는 크로스오버차량을 출시하는 세계적 트렌드에 거의 마지막으로 동참했다”고 전했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람보르기니는 5년 전 소개한 SUV 컨셉트카의 실물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과거 람보르기니 라인업에서 SUV에 가장 근접한 모델은 군용 트럭 스타일의 지프 차량 LM002였다. 이 모델은 1993년 생산이 중단됐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우르스는 650마력의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을 적용했다. 8단계의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을 장착했다.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3.6초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305㎞이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차 안 대시보드는 날렵한 모양새다. LM002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람보르기니의 상징과도 같은 6각 모티브가 문손잡이와 컵홀더 등에 적용됐다. 고급 가죽과 광택을 낸 우드로 실내를 고급스럽게 꾸몄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4인승 또는 5인승으로 주문할 수 있다. 5인승은 일반 승용차에서 볼 수 있는 벤치 스타일 뒷좌석을 적용한다. 4인승을 선택하면 뒷좌석도 1인용 두 자리로 분리된다. 
 
차량 뒤쪽으로 갈수록 유선형의 날렵한 디자인을 적용하다 보니 뒷좌석 공간이 조금 좁게 느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1개의 스피커를 장착한 뱅앤울룹슨 3D 사운드 시스템, 하부 보호장치를 강화한 오프로드 패키지 등 사양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가격은 미국 판매가가 약 20만 달러(약 2억 1700만원)이다. 차량명 우르스는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황소류에서 이름을 따왔다. 우르스는 오라크(aurochs)로도 불리는, 옛날 몸집이 매우 큰 야생 소를 뜻한다.
 
마이클 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람보르기니는 숨겨진 보석이다. 우르스 SUV 출시로 전체 차량 판매 대수가 이탈리아 경쟁업체인 페라리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람보르기니 연간 생산량은 3500대에 못 미친다. 우르스 출시로 2019년 람보르기니의 수익은 전년보다 50% 증가하고, 생산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람보르기니는 우르스를 통해 슈퍼카의 대중화를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 속도를 즐기는 남성이 주 고객층이었다면 우르스를 통해 가족 및 여성으로 고객층을 넓히려는 의도가 담겼다. 또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려는 전략도 있다. 블룸버그는 “SUV치고는 사이즈가 작은 편이고, 엔터테인먼트와 개인 맞춤형 사양이 잘 돼 있어 젊고, 글로벌한 고객층에 어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람보르기니는 레이싱카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르스가 '경주용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편안하게 몰 수 있는 람보르기니'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이렇게 말했다. “황소는 공격적(aggressive)이다. 하지만 나는 미래를 위해 새로운 철학을 제시하고자 한다. 황소도 온순할(gentle)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람보르기니 우르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람보르기니 전 세계 고객의 약 5%가 여성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에 거주한다. JD파워에 따르면 미국에서 프리미엄 소형 프리미엄 SUV를 사는 고객의 48%가 여성이다. 람보르기니는 바로 이 수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프리미엄 SUV는 벤틀리의 첫 SUV ‘벤테이가(Bentayga)’, 마세라티 SUV 신차 ‘르반떼’, 포르셰의 '카이엔' 등이다. 롤스로이스와 애스턴 마틴도 SU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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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스는 중국에서도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더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최근 대형 세단과 SUV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람보르기니는 중국에서 18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람보르기니는 우르스를 고소득자를 위한 패밀리카로 어필해 브랜드 점유율을 늘려갈 계획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