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교통 편하지만 투기 몸살 … 절반의 꿈 이룬 ‘드림밸리’

중앙일보

입력 2017.12.05 01:00

수정 2017.12.0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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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⑤ 김천혁신도시 ‘경북드림밸리’

경북 김천시 율곡동에 조성된 김천혁신도시 전경. [사진 김천시]

지난 1일 대구시를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북 김천시 방향으로 달렸다. 50여분 뒤 동김천IC를 통과하자마자 논밭 사이로 거짓말처럼 고층 아파트 숲이 나타났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등 공공기관 고층 사옥도 눈에 띄었다. 12개 공공기관이 둥지를 튼 김천혁신도시다. 사업면적 381만2000㎡, 사업비 8676억원, 계획인구 2만6269명 규모의 경북 김천혁신도시는 지난 2007년 착공해 2015년 12월 준공됐다. ‘경북드림밸리’라고도 불린다.
 
김천혁신도시는 지난해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끝으로 12개 공공기관 이전을 마쳤다. 이들 기관 5000여 명의 임직원과 가족들이 김천에 새 보금자리를 꾸렸다. 2014년 1월 김천혁신도시가 위치한 김천시 율곡동 인구는 810명에서 올해 10월 현재 1만9085명까지 늘어났다. 약 3년 9개월 만에 인구 수가 23.5배 껑충 뛰었다. 김천시는 2030년이면 혁신도시 인구가 2만7000여 명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로공사 등 12개 공공기관 옮겨와
3년 9개월 만에 인구 23.5배 ‘껑충’

상인 “임대료는 높은데 장사 안 돼”
공실 사태에도 부동산 값 고공행진
시세 차익 노린 투기, 거품 논란도

경북 김천시 율곡동은 혁신도시 조성이전엔 허허벌판이었다. 혁신도시 인근 김천시 남면 옥산2리에서 50년간 거주한 엄점순(77·여)씨는 “예전에는 가구수도 70~80가구 정도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임대’ 현수막이 붙은 상가가 혁신도시 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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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수도 크게 늘었다. 2013년 63억원, 2014년 105억원, 2015년 319억원, 지난해엔 464억원으로 지방세 수입이 늘어났다. 혁신도시에서 납부하는 지방세는 김천시 전체 지방세수의 27%를 차지한다.


인구 증가에는 교통 인프라가 한몫했다. 김천혁신도시에는 전국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KTX역(김천구미역)이 있다. 서울까지 240㎞, 대구까지 50㎞, 구미 국가산업단지까지 20㎞ 거리인 김천혁신도시는 전국 웬만한 대도시와 1시간대로 연결된다. 김천혁신도시는 현재 공동주택 14개 단지(9281세대) 중 13개 단지 8513세대가 준공·분양된 상태다. 오피스텔도 4개 단지 2344실 규모로 조성됐다.
 
인구 증가에 덩달아 치솟는 땅값과 집값은 김천혁신도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일각에선 ‘부동산 거품’이 심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시한 김천혁신도시 보상가는 전·답의 경우 3.3㎡당 평균 30만원, 대지는 3.3㎡당 50만~70만원으로 산정됐다. 임야는 3.3㎡당 보상가가 3만~3만5000원대였다. 혁신도시 조성 후 상업지역 땅값은 최근 3.3㎡당 12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상가 매매가도 함께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상가 매매가는 3.3㎡당 2200만~2800만원 수준이다. KTX김천구미역과 인접해 있는 상가는 3.3㎡당 3200만원 이상이다. 매매가가 이렇다 보니 임대료도 높아졌다.
 

김천혁신도시

하지만 실제 영업은 시원찮은 분위기다. KTX김천구미역이나 주요 공공기관 인근 상가를 제외하고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곳이 부지기수였다. 한 상가 건물은 4분의 3 정도가 비어 있었다. 2년 전 3억원을 투자해 김천혁신도시에 식당을 차린 김모(30)씨도 높은 임대료에 반해 손님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요일부터 공공기관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실제 영업을 할 수 있는 날은 월~목요일 나흘뿐이다. 김천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0.9%다. 김씨는 “수 년째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데 임대료는 계속해서 올라가니 문을 닫는 가게가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권이 좋아 매매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성행하면서 공실 사태 속에서도 고공행진한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혁신도시의 가장 큰 소비자인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을 해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소비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