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낚싯배 승객이 신고한 지 33분 만인 오전 6시42분에 고속단정이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이 도착했을 때 물에 떠 있는 낚시객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선 출항 후 날씨가 추워 대부분 선실에 있었고 이 상태에서 갑자기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충돌 시 강한 충격 때문에 배가 뒤집혔고 전복된 상태가 계속되면서 승객들이 미처 배 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강풍에 추운 날씨, 대부분 선실에
배 못 빠져나온 14명 중 11명 참변
해경 도착했을 때 배에 이미 물 차
수온 10도 이하 땐 1~3시간 내 사망
이들과 달리 선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구조된 것으로 보인다. 낚싯배 뒤쪽으로 나와 있던 생존자 서모(37)씨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충돌 직후 몇 초도 안 돼서 (배에서) 튕겨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씨 일행은 주변에 떠 있던 스티로폼을 잡고 버티면서 급유선을 향해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날 기상 조건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바닷물 온도는 7~8도, 풍속은 초속 8~11m였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미국 ‘수색·구조 TF’의 저체온증 생존 기준에 따르면 수온이 4.5~10도에서 30~60분 노출되면 탈진하거나 의식을 잃는다. 1~3시간 내에 구조해야 살 수 있다. 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까지 불었으면 물기가 날아가면서 체온이 더 빨리 떨어졌을 것”이라며 “구조 전에 이미 돌이킬수 없을 만큼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체온이 35도 이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근육이 심하게 떨리고 32도가 되면 의식이 없어진다. 28~29도로 떨어지면 심장 정지가 온다”고 말했다.
홍기정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소아·노인이거나 고혈압·심장병·당뇨·뇌졸중 등이 있는 만성질환자일 경우 체온 유지 기능이 떨어져 있어 저체온증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