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나 화산은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자주 겪어 온 바 있지만 그것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밝혀진 것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다른 과학 분야보다 상당히 늦은 편인데, 여기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 과학자가 바로 대륙이동설을 처음 주장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다. 당시로서는 대단히 획기적인 이론이었는데 그만큼이나 극적인 그의 생애 역시 함께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베게너는 분리된 대륙의 단층구조·산맥, 그리고 생물의 화석 등 여러 지질학적·고생물학적 근거 등을 동원했으나 자신의 이론을 위해 결국 목숨마저 바치게 되었다. 대륙이동의 새로운 증거를 찾기 위해 떠난 그린란드 원정에서 거센 눈보라를 맞아 숨지면서 그의 이론 역시 수십 년간 잊혔다. 1950년대 이후에야 대륙이동의 결정적 증거들이 발견되고, 여러 대륙이 몇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맨틀 위를 떠다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게너의 이론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가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지질학뿐 아니라 천문학·기상학·고생물학 등 인접 분야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탐험가로서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늘날의 과학 교육에서도 특히 강조되는 ‘융합 연구’의 선구자인 셈으로, 중요한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지진과 화산이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는 현대의 과학기술로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그 근본 원인을 밝히는 데에 크게 기여한 베게너의 이름은 길이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최성우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