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록자’로 알려진 정 전 회장은 80년 5월 당시 사망자 165명의 검시기록과 사망일시, 사체처리 내용 등을 조사한 끝에 교도소 안팎에 묻혔던 희생자들이 누구인지를 밝혀냈다.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인 그는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암매장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암매장자 신원과 암매장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왔다.
발굴 지원 나선 정수만 전 유족회장
80년 친동생 사망에 관련자료 수집
2월 10만쪽 관련 기록물 재단 기증
최근 광주교도소 오가며 확인 작업
교도소 시신 신원, 매장위치 찾아내
정 전 회장은 지난 2월 10만쪽 분량의 기록물을 5·18기념재단에 기증할 정도로 ‘5·18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5·18 당시 동생 정지영(당시 31세)씨를 잃은 뒤 80년대 중반부터 국회와 정부기록물보관소, 육군본부, 기무사, 검찰 등을 다니며 5·18과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그는 5·18 당시 동생이 사망한 지 열흘 뒤인 80년 6월 2일에야 광주 외곽의 군사격장에서 총에 맞아 가매장된 시신을 수습했다. 이후 30여 년 만인 2010년 5월에야 ‘광주사태 검시참여 결과보고서’를 통해 동생이 숨진 날이 80년 5월 23일임을 처음 알아냈다.
아울러 정 전 회장은 5·18 직후 교도소에서 수습된 시신 8구가 묻혀있었던 지점도 확인해 5·18기념재단 측에 알렸다. 그는 5·18 자료들과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옛 교도소장 관사 앞 수풀 주변에서 각각 6구와 2구의 시신이 따로 묻혀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옛 광주교도소는 80년 5월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 암매장된 장소로 지목돼왔다. 5·18 당시 보안대 자료에는 옛 교도소에서 억류당한 시민 28명이 숨졌는데 이중 시신 11구만 임시 매장된 형태로 발굴됐다.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들은 나머지 17명에 대한 암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지난달 6일부터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37년 전 숨진 동생을 다시 찾는다는 마음으로 교도소 내 시신 수습자들의 신원과 암매장 위치를 파악했다”며 “5·18 때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을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발굴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 측은 정 전 회장이 제출한 시신 수습자의 명단과 정확한 매장 지점 등을 토대로 발굴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최근 자료 분석이나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광주교도소에서 일어났던 일을 단편적으로 해석해온 듯하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재구성을 통해 발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