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용화한 첨단 인공지능의 역할은 과거처럼 검색·계산과 같은 단순 작업을 그저 빠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에게도 쉽지 않은 복합적인 생각과 업무로 확장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 덕택이다. 어떤 인공지능은 병원에서 의사를 도와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스마트 가전이 거주자의 생활습관에 맞춰 작동하도록 하는 것도 인공지능의 몫이다. 또 다른 인공지능은 음악·미술처럼 창의성이 많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각 정보를 통해 인간·동물 등 주변 사물을 마치 인간처럼 인식하는 인공지능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마치 인간처럼 인식하고 판단한다고 여겨질 만큼 점점 더 우수해질 것이고, 그만큼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편해지는 만큼
인간의 판단과 갈등 소지 커져
사회문제로 비화할 때 대비해
인공지능 법적 지위 정비해야
인공지능의 오작동은 더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층 스마트해진 무기가 의도와 달리 아군의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인공지능이 교통신호를 잘못 판단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오작동이 아닌, 인공지능의 충실한 업무 수행이 파국을 야기할 수도 있다. 2010년 5월 6일, 단 5분 만에 미국 증권시장을 폭락시켜 금융상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 뻔했던 사태는 다수의 인공지능이 경쟁적으로 거래한 결과로 판명 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산업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 인공지능 개발기업의 몸값은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젠 개인이든 기업이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할수록 우수한 성과를 거둘 공산이 크다. 어떤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업 경영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고,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각종 사회 병폐나 갈등 문제의 해결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는 것이다. 선진국은 벌써 이러한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인공지능의 법률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꾸준하다.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을 인간과 동등한 운전자로 간주한다든지, 인공지능을 전자인간으로 대우해 재산권 등 법적 권리뿐만 아니라 각종 의무, 심지어 납세 부담까지 지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인공지능 시대는 바짝 다가오는데 우리는 이로 인한 충격에 얼마나 준비가 잘돼 있는지 점검할 때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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