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안 지사는 ‘안희정이 적폐세력’ ‘꼰대’란 비판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지방분권을 통해 국민성장시대 열어야’라는 주제로 벌인 강연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며 “문제를 제기할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 우리 ‘이니’(문 대통령 애칭)는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분권 강연 “이견 논쟁 거부 말라
그런 지지 운동으론 정부 못지켜”
강연회 발언 후 ‘꼰대’ 공격 당해
페북엔 “대통령 못 될 것” 비난 글
그는 또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는데 네가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한다면 우리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며 “아예 처음부터 닥치고 따라오라는 구조로 가겠다는 것은 잘못된 지지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이 전해진 이후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난 여론이 부글부글 끓었다. 안 지사의 페이스북에는 “당신은 대통령은 못 될 거예요” “그럼 저희도 부탁하죠. 제발 연정(연립정부론)이니 뭐니 이딴 말 하지 마시죠” “그런 간장종지만 한 그릇으로 어떻게 정치합니까”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안 지사의 해당 발언을 실은 디지털 기사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안 지사를 향해 ‘적폐 세력’ ‘친일 매국노’라고 하거나 “일부러 분란을 일으켜 다음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알리려는 것”이란 수십 건의 비난 댓글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팟캐스트 운영자는 “안 지사는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도 했다.
안 지사 측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 갈등의 골은 지난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깊어졌다. 안 지사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벌였고, 그 와중에 네거티브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안희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글을 올려 “문재인 후보 측이 끊임없이 발언을 왜곡하고 교묘하게 공격했다. 이런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 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5월 9일 대선 투표 당일 안 지사가 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기습 뽀뽀’를 하기도 했지만 양측의 묵은 앙금이 완전히 씻겨지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한편 안 지사와 그에게 강연 장소를 내준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인연이 깊다. 둘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안 지사 철학과 83학번, 김 구청장 정치외교학과 86학번)며,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김 구청장이 안 지사 선거운동을 도와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김형구·채윤경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