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M] '기억의 밤' 영화 리뷰
만성 신경 쇠약증을 앓는 대입 삼수생 진석은 무엇이든 잘하는 형 유석을 존경하며 따른다. 새집으로 이사한 날 밤, 진석은 유석이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하지만 형사들은 진석이 본 것들을 믿어주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진석은 환청과 환각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유석이 19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19일 동안 있었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석. 여전히 다정한 형이지만 유석의 행동과 습관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된 진석은 이상함을 느끼고, 급기야 유석이 자신의 형이 아니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극 후반, 플레시백을 활용해 인물들의 과거가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점차 설득력을 잃는다.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지만, 복선과 암시 등으로 초반에 쌓아놓은 궁금증을 반감시킬 뿐이다. 사건의 비현실성, 인물 간의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장치 사용, 과도한 내레이션 등 과잉으로 느껴지는 점이 많다는 점도 아쉽다. 2008년 개봉한 ‘전투의 매너’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기 때문일까.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었던 장항준 감독의 욕심이 다소 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TIP 러닝타임 109분 중 절반이 반전으로 이뤄진 영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