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는 매일 오전 8시 득량도에서 배를 타고 고흥 녹동항으로 이동한다. 항구 근처 도양우체국에서 득량도로 들고갈 우편물을 분류해서 챙긴 뒤 오후 2시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그는 매일 왕복 17㎞, 80분 거리를 배로 이동하며 평균 53통의 소포ㆍ등기를 배달한다.
우정사업본부, 전남 고흥에서 드론 택배 시연 성공
종일 걸리던 우편물 배달 1시간으로 줄일 수 있어
"관련 규제 폐지, 정부의 사업 의지가 가장 큰 변수 "
이날 처음 첫선을 보인 우편 배송용 드론은 우정사업본부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협력해 제작했다. 이 드론에는 카메라와 택배 보관함, 정밀 이ㆍ착륙 제어 장치가 달려있다. 부피 48㎝x38㎝x34㎝, 총 10㎏ 이내의 소포ㆍ등기만 실을 수 있으며 최대 20㎞, 왕복 40분 동안 운행한다.
이날 오후 고흥군에 마련된 선착장에서 뜬 드론은 우편물 8㎏를 싣고 고도 50m 상공으로 자동 이륙했다. 득량도 마을회관에 도착한 드론에서 집배원 장씨가 우편물을 꺼냈다. 이후 드론은 다시 자동으로 이륙해 출발지인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장씨는 “매일 육지에 가서 우편물을 가져오는 과정이 단축된만큼 주민들에게 더 빨리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번에 드론을 띄워 우편물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내에서 드론 택배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드론 운행에 대한 각종 규제와 국내 기업들의 부족한 기술력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실제 우편물을 매일 드론으로 날릴 수 있는 시점은 5년 뒤인 2022년 정도일 것”이라며 상용화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는 드론 비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산업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안전법을 개정하면서 이달부터는 보험만 가입하면 야간 혹은 사용자 눈으로 볼 수 없는 먼 곳에도 드론을 날릴 수 있다.
그러나 공항 반경 9.3㎞ 일대와 사람이 밀집한 대도시 지역에서는 여전히 드론 비행이 금지되어 있다. 국내 택배 물동량 7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에서 드론 택배가 보편화하기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우선 도서 산간 지역의 우편물을 배송하는 일과 재난ㆍ폭설 등으로 인한 재해 지역에 긴급 구호 물품을 배송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 외국 정부들은 드론 산업 육성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와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京東)닷컴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드론 인프라’를 2020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향후 상공 300m에서도 드론이 대규모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화웨이는 또 2020년부터는 글로벌 영공 지역의 30%에 자사의 네트워크를 깐다는 계획을 27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가 각각 드론 택배 상용화를 준비 중이지만 아마존 등 해외 ITㆍ물류 기업들에 비하면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드론 택배 상용화를 위한 과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