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M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의 KT 광화문빌딩에서 강연회 '잊혀진 발걸음을 따라 Moving Stories-삶의 희망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개최했다. 강연을 위해 로렌스 하트 IOM 아프가니스탄사무소 소장, 티야 마스쿤 IOM 남수단사무소 프로젝트 운영책임자, 페피 시딕 IOM 방글라데시사무소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국을 찾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난민 대부분은 미얀마 군부가 집을 불태우는 등 박해를 가해 제대로된 소지품 조차 없이 탈출을 감행했다. 난민 성비의 절반 이상인 52%는 여성이고, 연령별로는 54%가 18세 이하의 청년 또는 아동이다. 또, 여성들 가운데 임신부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생존을 위해선 식량뿐 아니라 의료·보건, 교육 등의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이같은 참상은 남수단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IOM 남수단사무소 프로젝트 운영책임자인 마스쿤은 남수단의 말라칼이라는 마을의 이야기를 전했다. 말라칼은 내전이 발생하기 전, 말라칼엔 17만명의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수단인민해방군 이외엔 텅 빈 상태다.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거나 집을 잃은 50년간 두 차례의 대전 끝에 2011년 7월, 남수단은 수단에서 분리됐다. 하지만 2013년 말, 정치 세력과 군부 세력 간의 갈등이 폭력 사태로 비화되며 수단과 남수단은 다시금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로렌스 하트 IOM 아프가니스탄사무소 소장은 "힘든 일상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찾아오는 큰 감동이 일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트 소장은 수용소에 억류됐던 한 아프리카 소수민족을 구출한 사례를 언급하며 "그들이 우리에게 달려와 '살려줘서 고맙다', '내 인생을 구해줬다'고 인사했다. 혹자는 '그럴만도 하다'고 하겠지만, 그들의 인사는 '내가 무언가 해냈구나. 변화를 이끌어냈구나'라는 강한 감동과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마스쿤도 "참사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구호에 나선 활동가들에게 작은 것도 나누려한다"며 "자신들이 먹을 것도 부족한 가운데 '와서 한 숟가락 들라'며 자신의 것을 나누곤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화와 SNS의 발달 등으로 세상은 작아졌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이슈가 다른 나라에도 즉각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스쿤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발전한 나라지만 기후변화 등 다른 이유들로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며 "특히 한국전쟁을 통해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실감했던 만큼, 앞으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인도주의 지원과 이주 이슈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열린 이날 강연회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여명의 청중이 모여 자리를 가득 메웠다. 청중 대다수는 대학생들로, 한국 학생뿐 아니라 교환학생 또는 유학 등을 이유로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학생들도 이주자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