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감독 시절 시도한 세대교체
초반 반짝 성과 뒤 다시 내리막
FA 대어들 놓쳐 전력 보강 못하고
베테랑 정성훈·손주인 내보내자
성난 팬들 “암흑기 지나니 블랙홀”
자연스레 양상문 단장이 주도한 세대교체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베테랑 정성훈(37)의 방출이 기폭제가 됐다. LG 구단은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정성훈에게 방출 사실을 통보했다.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하고, 다른 구단이 지명하지 않아도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2차 드래프트에선 손주인(34)·이병규(34·등 번호 7번)·유원상(31)·백창수(29) 등이 LG를 떠났다. LG는 대신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20대 초·중반 선수 3명을 영입했다. 양상문 단장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젊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LG 팬들은 이 과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팀 공헌도가 높았던 노장인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쉽게 내쳤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115경기에서 타율 0.312, 6홈런·30타점을 기록한 정성훈이나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헌신한 손주인을 내보낸 건 문제라는 목소리다.
팬들의 반발에는 LG 구단의 잘못도 한몫했다. 2015년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외야수 이진영은 kt로 이적했다. 이진영은 그해 kt에서 타율 0.332, 10홈런·72타점을 올렸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이병규(43)는 지난 시즌 1경기만 뛴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밀려 1군에 올라갈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여기에 LG가 최근 FA 영입전에서도 밀리면서 팬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지난 13일 kt와 4년간 88억원에 계약한 FA 내야수 황재균(30)과 최근 롯데(4년 98억원)에 남기로 한 외야수 손아섭(29)은 LG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영입대상 1순위로 점 찍었던 선수들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였던 LG는 영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자 조용히 발을 뺐다. FA 민병헌(30), 김현수(29) 등이 아직 시장에 남아있지만, LG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LG는 류중일 감독과 함께 내년 시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류 감독 계약 기간(2018~20년) 동안 우승한다는 당찬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지도 못했는데 난관에 부딪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