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인 1층은 기둥만 서 있고, 2층 이상은 방이 있는 형태다. 이른바 ‘필로티(pilotis)’ 건축물이다. 필로티는 본디 건축의 기초를 받치는 말뚝이란 뜻이다.
부산시,필로티 건물의 내진성능 확보·확인 지침 마련
설계·시공 때 건축사 대신 건축 구조기술사가 확인
내진설계해 사전 건축심의 절차 거쳐야 착공 가능
기존 건물 내진보강 위해 내년에 실태조사 하기로
양정동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김모(55·회사원)씨는 “포항지진 이후 내가 사는 원룸 건물이 지진에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앞으로 짓는 필로티 건축물의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지침을 마련해 27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미 건립된 필로티 건축물엔 내진 보강을 할 경우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앞으로 필로티 건축물을 지을 경우 구조 안전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거나 착공 전까지 부산시 건축위원회에 구조 안전 확인을 위한 심의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5층 이하 건축물의 내진 설계 등 내진 성능 확인은 건축사가 담당했다. 이번 지침으로 지금까지 6층 이상 건축물의 내진 성능만 확인하던 건축구조기술사가 5층 이하 필로티 건물의 내진 성능도 확인하는 것이다.
또 필로티 건물 시공단계에서는 필로티 부분의 철근 공사 때 반드시 감리자가 입회해 동영상을 촬영해 구청 등에 제출해야 다음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구청 등 허가부서에서 공사중지나 재시공 조치를 할 수 있다.
필로티 건물 사용승인 단계에서는 감리보고서에 필로티 시공 관련 확인서를 제출하고, 이를 건축물 관리대장에 기재해 건물을 관리하도록 의무화했다.
김영진 부산시 건축관리팀장은 “포항지진을 계기로 국토부가 필로티 건물의 안전대책을 마련 중이어서 부산시가 먼저 이런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이후 관련법이 강화되면 그 법에 따라 관련 지침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이 같은 대책은 현행법상 건축물의 내진설계가 해마다 강화됐지만, 실제 설계·시공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돼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않은 건물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축법에 따르면 200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 이상,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2017년부터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 건물은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내진 설계는 보통 규모 6.5 이상 지진에 견디게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박건하 부산시 건축 주택과장은 “필로티, 조적·블록 조가 철근 콘크리트 구조보다 지진에 취약하고, 부산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재산·인명피해가 우려된다”며 “지진에 대비해 건물의 종합 안전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