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주대병원 센터처럼 전국에 16곳의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돼 있다. 이 중 9곳이 문을 열고 환자를 진료한다. 중증외상센터에 오는 환자는 육체노동을 하는 근로자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올 1~6월 중증외상센터 9곳을 찾은 1만633명 중 직업을 표기한 환자 1576명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단순 노무직 종사자가 338명(21.4%)로 가장 많다. 건축·토목 공사 현장 인부들이다. 다음으로 장치·기계를 조작하거나 조립하는 근로자가 264명, 농업·임업·어업 종사자가 209명, 기능공 187명 등이다. 이들은 육체 노동을 하는 블루칼라 계층이다. 중증외상 입원환자의 63%다.
전국에 9곳, 제도적 뒷받침 부실
이국종 “노동자·농민 살리려는데
왜 이렇게 안 도와주는지 모르겠다”
응급환자 검사비 삭감 당하기 일쑤
헬기 내 긴급진료, 건보 지원 못 받아
이 센터장은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환자의 인권을 지키려면 환자가 죽음의 선상에 있을 때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농민 환자의 목숨을 살리겠다는 생각뿐인데 왜 이렇게 도와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또 이 교수는 헬기 이송 도중 환자의 심장이 정지했을 때 왼쪽 겨드랑이 부분을 절개해 한 손을 몸속으로 넣어 심장을 직접 마사지하는 응급처치를 한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중증외상 환자에겐 심폐소생술이 효과가 없어서다. 그런데 이런 행위의 건보 수가가 없다. 현행 건강보험법에서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만 수가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헬기에서 행하는 의료는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
또 중증외상 환자에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했는데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삭감한다. 조현민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외상 환자는 의식 없이 실려온다. 어디가 다쳤는지 알 수 없고 목격자도 없는 경우가 많다. 손상 부위를 알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해야 한다. 중증외상 환자는 일반 환자와 완전히 다른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에크모(몸 밖에서 심장 역할을 하는 기계)를 달아서 환자 살리려다 환자가 사망하면 에크모 비용을 삭감당한 경우가 있다”며 “환자 살리는 데 도움이 안 된 처치를 왜 했느냐고 삭감하는데, 이는 중증외상 치료에 대한 개념이 없는 탓”이라고 말했다.
최강국 가천대 길병원 외상센터 교수는 “암은 명의가 있으면 그 사람이 수술을 잘 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외상 환자는 365일 돌볼 수 있게 당직을 서야 한다. 한두 명이 계속 할 수 없다. 정부가 외상 전담 의사 인건비만 지원해 준다. 지원 인력에 대한 지원은 안 돼 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