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주니어 골퍼들과 함께 거리측정기의 성능을 실전에서 테스트해봤다. 서울 디자인고 3학년생인 주니어 여자 선수 탁미주·김서희 양과 레슨프로 장기성씨가 라운드를 하면서 3가지 제품을 시험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보이스캐디, 부쉬넬, 르폴드의 최신, 최고 사양 제품(약 70만원선)인 SL1, 프로 X2, GX-5i를 사용했다.
측정기 세가지 제품 테스트해보니
실거리, 경사 감안 보정거리 다 달라
10m 가까운 거리서 20% 넘게 편차
“미묘한 손목 각도 따라 차이 발생”
테스트에 참여한 이들은 이런 테스트 항목 평가에 앞서 거리측정기의 핵심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측정거리가 제품마다 다르게 나온다고 주장했다. 측정자들은 “실제로 거리를 재보니 같은 목표물도 보이스캐디가 가장 적은 숫자가 나오고 그 다음이 부쉬넬, 르폴드 순이었다. 르폴드가 보이스캐디보다 많게는 5m 이상 긴 거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보이스캐디 SL1은 측정범위 5~1000야드에 오차는 1야드 이내다. 부쉬넬은 측정 거리 5~1300야드에 오차가 0.5야드다. 르폴드는 측정 거리 6~1014야드이며, 오차는 100야드 이내에서 0.5야드다.
측정 오차에 대해 보이스캐디는 “같은 자리에서 측정하더라도 미묘한 손목의 각도와 거리에 따라 1m에서 크게는 수 m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삼각대로 고정해 측정하지 않는 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50m 지점에서 경사가 심하다면 0.5도만 흔들려도 결과 값은 몇 m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답했다.
부쉬넬은 “우리 제품은 5~125야드 이내 거리에서는 0.1 야드(0.1m) 단위로 측정값을 제공한다. 거리에 매우 민감한 PGA투어 선수 99%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데 거리 오차에 대한 이슈는 없다”고 주장했다.
르폴드는 “측정자의 위치와 지면과의 각도에 따라 약간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GX-5i는 보정거리에서 기온과 고도에 따른 편차까지 계산해주는 첨단제품이기 때문에 일반제품과 다른 값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보정 거리는 각 회사마다 경사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골퍼마다 탄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계산방식이 정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실제 거리 측정값이 다른 것은 문제다. 3사 중 2개사 이상은 정확한 거리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측정값이 틀린 상태로 보정거리를 계산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골퍼들이 라운드를 하면서 삼각대를 놓고 거리를 재지는 않는다.
레이저 기술을 전공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김재완 교수는 “레이저 거리측정기의 거리가 오류가 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측정 장치의 시작 지점을 일부러 다르게 해놓는 경우가 있다. 또 디스플레이상의 조준점과 실제 조준점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정확히 일치시키지 못했다면 거리 측정에 오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