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탈출해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로힝야족 난민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로힝야 소탕전을 인종청소로 공식 규정한 건 처음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5일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났다. 당시 신뢰할만한 국제사회의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제재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주일만에 강경하게 선회한 셈이다.
UN '스레브니차 학살' 주범 종신형 선고 직후
틸러슨 국무, 로힝야 '인종청소' 첫 공식 규정
11월 15일 아세안(ASEAN) 회의에서 만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왼쪽)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EPA=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2015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 오랜 군부집권을 종식시켰다. 하지만 미얀마의 정치적 실권을 쥔 자리에 오르고도 로힝야 사태에 대해 침묵하거나 군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틸러슨의 인종청소 발언은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가 22일 라트코 믈라디치 전 세르비아계군 사령관에 대해 옛 유고연방 보스니아 내전 당시 집단 학살 등의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한 뒤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믈라디치 전 세르비아계군 사령관의 1994년 전쟁 당시 사진(왼쪽)과 22일 전범재판소에 입장하는 장면 비교.[AFP=연합뉴스]
로힝야 사태는 스레브니차 학살과 닮은 꼴이다. 로힝야족 역시 불교 국가인 미얀마 내 무슬림 소수민족이다. 미얀마 군부의 소탕작전이 벌어진 이후 60만여 명이 국경을 넘어 달아났다. 휴먼라이트워치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그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에 불을 지르고 국경에 지뢰를 설치했으며, 무차별적인 집단 강간과 살인을 저질렀다.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로힝야 난민 어린이들.[AFP-연합뉴스]
다음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를 방문하면 로힝야 사태는 또 다시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다음달 1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열리는 종교 간 회의에서 로힝야 난민 대표단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28일에는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을, 30일에는 미얀마군 최고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을 만나기로 돼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