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상 도배한 '배틀 그라운드' 중국 짝퉁 게임

중앙일보

입력 2017.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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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망초심 뇌기사명(不忘初心, 牢記使命·초심을 잊지 않고 사명을 깊이 기억한다)'

배틀 그라운드의 중국산 짝퉁 게임 '와일드니스 액션'. 붉은 정치 선전물이 보인다. [와일드니스 액션 캡처]

 
화제의 '배틀 그라운드(PUBG·PlayerUnknown’s Battlegrounds)' 짝퉁 게임에 뜬금없이 등장한 선전 문구다. 중국의 모바일 버전 짝퉁 게임 '와일드니스 액션'이 시진핑 사상으로 도배된 상태로 업데이트됐다고 온라인 매체 쿼츠가 최근 보도했다. 
 
배틀 그라운드는 한국의 블루홀이 개발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1인 슈팅 게임(FPS)이다.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100명 중 최후의 생존자 1인을 가린다는 설정이다. 지난 3월 출시 후 8개월 만에 해외에서 2000만장 판매고를 올렸고, 누적 판매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에서 먼저 출시해 인기를 끈 뒤 지난 14일 국내로 역수출됐다. 도입 첫 주 온라인 게임 순위에서 스테디셀러 롤(LOL), 진격의 '오버워치'도 제치는 등 세계에서 가장 핫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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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그라운드.

 
'배틀 그라운드'가 인기를 얻자 중국판 짝퉁도 창궐했다. 하지만 중국 비디오저작권협회가 지난달 배틀 그라운드 류의 게임을 저격해 "유혈이 낭자한 폭력적 게임은 핵심 사회주의 가치에 반하고 청소년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아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규제 움직임에 짝퉁 업체들이 게임을 정치사상 선전물로 도배했다는 것이다. 

"초심 잃지 않고 사명을 기억한다" 등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 슬로건 도배

'불망초심 뇌기사명'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 대표 대회에서 강조한 철학이다. 시 주석은 “초심을 잃지 않고 분투해야만 중화 민족 위대한 부흥의 큰 배가 풍랑을 헤치고 빛나는 목적지를 향해 승리의 운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대회 기간 붉은 플래카드가 걸린 거리. AFP PHOTO / GREG BAKE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당 대회를 앞두고 베이징 전역엔 “초심을 잊지 말고 계속 전진”,  “대단하다 우리나라”,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 “시진핑 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로 단결하자” 등의 붉은 선전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짝퉁 게임 속 풍경도 이와 흡사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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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츠는 중국 공산당이 국가의 기술·인터넷 부문까지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당 대회 이전에 게임은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게임이었지만, 당 대회 이후엔 중국 평화유지군에 선발되기 위해 군사 훈련을 받는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설정만 바뀌었을 뿐 배틀 그라운드의 짝퉁임은 명백하다고 쿼츠는 꼬집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