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시에서도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발견됐음이 확인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지진이 발생한 이후 경주 지역의 지질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조사를 위해 땅을 약 3m 깊이로 팠을 때 물이 흐르는 부분이 나타났다. 폭은 약 1m, 두께는 30~40cm 정도다. 연구팀은 이것을 액상화 현상으로 보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액상화 현상이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생긴 것인지, 그보다 더 전의 지진으로 생긴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지질연의 선임연구원인 김용식 박사는 “5~10m 정도 깊이에서 발견됐다면 지난해보다 더 전에 발생한 지진으로 생긴 액상화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약 3m 깊이부터 발견됐기 때문에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인해 생긴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연대기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21일 말했다.
액상화는 신생대 제4기 지층(250만년 전~지금)에서 생긴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 설명이다. 이 지층은 퇴적물들이 아직 돌로 굳지 않아 입자 사이에 물이 들어갈 수 있는 상태다. 퇴적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경주도 모든 지역이 다 단단한 화강암인 것은 아니다. 형상강 등 강이 있고 부분적으로 퇴적층으로 된 지역이 있다. 이런 곳들에서 액상화 현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경주 지진 당시 지표면에서 액상화의 현상들이 생겼더라도 지금 포항에서처럼 눈으로 발견하긴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당시 9월의 경주는 지금의 포항과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흙이나 모래가 지표로 올라오는 등의 액상화 현상이 있었더라도 비에 금방 씻겨져 내려가거나 벼와 다른 식물들로 인해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팀은 진앙이 있는 흥해읍뿐만 아니라 도심인 북구 포항고교 등 일부 학교 운동장에서 액상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진앙과 10㎞ 이상 떨어진 남구 송도동 주택가와 해수욕장에서도 액상화로 추정되는 현상이 발견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포항=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