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선 나흘 전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의 검찰 출두에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야권에선 그를 “정치 보복 물타기용 희생양”(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으로 본다. “자고 일어나면 한 명씩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정부와 전전 정부에 대한 전방위 적폐청산 작업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일종의 ‘구색 갖추기’ 수사란 주장이다. 정치권의 목소리를 볼멘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건 여의도를 향한 검찰의 ‘사정(司正) 칼날’과 비교해 ‘살아 있는 권력’ 청와대에 대한 견제 장치는 작동이 멈춰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수석급 이상 고위직의 비위 행위를 사전 예방하는 ‘워치독(감시기구)’ 역할을 할 특별감찰관이 계속 공석인 이유는 여야가 후보자 추천 문제로 갈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대로 여야가 각자 후보자를 추천하되 여당 추천 몫에 대해선 야당에 거부권을 주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야당은 후보자를 야당이 추천하거나 적어도 여야가 합의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임명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국회가 추천하면 언제든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누구 하나 서둘지 않는다. 특별감찰관이 없는 편이 나을 수도 있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갈등을 빚을 당시 청와대는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전 감찰관에게 반감을 드러냈고 그는 결국 1년6개월 만에 쫓겨났다. 당시 대통령의 워치독을 내친 청와대가 어떻게 됐는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이젠 되풀이하지 말자.
허 진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