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 ⑤ 수소 혁명
온실가스 없는 친환경 신에너지
독일 연간 200t 수소 생산 공장
지구 500바퀴 돌 차 연료 만들어
한국은 제도 미비 ‘주도권’ 놓쳐
중앙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독일에선 이미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등에 40여 개의 수소충전소가 들어섰다. 수소 생산 공장인 독일 에너지파크마인츠의 경우 풍력 발전기 3기를 돌려 수소차 1대가 지구 500바퀴(2000만㎞)를 달릴 수 있는 연간 200t의 수소를 생산한다. 일본도 액화수소운반선을 이용해 호주와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로부터 수소를 수입할 수 있는 유통망을 준비 중이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월마트에선 수소 지게차가 창고에서 화물을 운반한다. 수소는 석유나 천연가스가 쓰이던 곳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활용성이 광범위한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수소 에너지 확산에 적극적인 독일조차도 그렇다. 틸만 빌헬름 독일 수소연료전지기구 부장은 “아직은 풍력·태양광 에너지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수소를 활용한다. 궁극적으로는 ‘수소 에너지 연결망’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제러미 리프킨 등 미래학자들은 수소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수소 경제’가 도래하면 국내외 정치 지형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측한다. 석유를 독점한 중동과 서방 국가 간 군사적 긴장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수소는 가정에서도 전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보를 교환하듯 인터넷으로 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게 된다.
한국도 2015년 정부 차원의 수소 에너지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구색은 갖춰 나가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 주도권을 놓쳤 듯이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박진남 경일대 교수는 “한국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등에서 40% 이상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고압수소 운송 불가 등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마인츠(독일)=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