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아래를 작업실로 삼았다는 박씨의 작업 기간은 약 10개월. 그간 “꽃이 피고(봄), 낙엽이 졌다(가을)”고 한다. “평소 공개 전시를 꺼리다 제자들 제안으로 첫 전시를 열었다”는 그는 “특히 이백의 ‘장진주’(將進酒)는 10여 분간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작품 가운데 ‘산상수훈’(성경 마태복음)은 특유의 예서로 옮겨졌고, 초서로 써내려간 ‘월하독작’(이백)은 획이 꿈틀거리는 착시를 안겼다.
현대미술관 초대작가 출신 박용설씨
제자들 제안으로 지각 첫 개인전
“수익금 모두 기부, 후학 양성 계속”
이화여고 서예 교사로 일했던 그는 1975년 한국서예공모전 최고상을 받았고, 86년 현대미술관 초대 작가가 된 뒤로 70차례 국내외 서예전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90년부터는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 강사로 쭉 활동하며 27년간 후진 양성에 힘썼다. 수묵헌(守黙軒) 김찬호 경희대 교수 등 약 50명의 유명 서예가를 배출했다.
박씨는 “필요하면 제자들에게 서예용품까지 마련해줬다. 중국 현지서 목간(木簡)을 구한 뒤 나눠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내와 슬하에 두 직장인 아들을 둔 그는 “이번 전시 수익금은 모두 기부할 생각”이라며 “힘닿는 데까지 서예 활동을 이어가고,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