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주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17일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선 6개가 바이오주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26조8394억원)은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순위로 보면 삼성생명(27조원) 다음인 8위에 해당한다. 네이버(26조6515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6조2013억원), SK텔레콤(20조5498억원)의 시가총액보다 많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11조145억원)에 셀트리온제약(2조1171억원)까지 합칠 경우 셀트리온 그룹의 시가총액은 40조원을 넘는다.
증시 달구는 바이오주 열풍
셀트리온계열 3개 사 합치면 40조
코스피 제약사 1위인 한미약품도
코스닥 3위 신라젠 시총보다 적어
“실적 뒷받침 안 된 주가 급등엔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코스닥 지수가 바이오주를 비롯한 대형주 위주로 상승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17일까지 최근 1개월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위 안에 드는 대형주지수는 17.7% 상승했지만 400위권 밖의 소형주들은 7.8% 오르는 데 그쳤다. 제약업종과 코스닥150 생명기술의 지수 오름폭은 각각 16.9%, 26.6%로 코스닥 지수 상승세(15.7%) 보다 높았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바이오 종목의 최근 상승세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주 상승은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신약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 가운데 주가가 급등하는 부분도 문제다. 10월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신라젠과 엠지메드는 올해 1~9월 각각 372억원과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제약도 같은 기간 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0월 이후 166%나 급등한 주가를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염 연구원은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영역과 비교해 주가가 많이 오른 반면 이익 증가율이 낮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바이오주의 주가수익비율(PER·주당순이익 대비 주가의 비율)이 수백, 수천배에 달하는 데 이는 상식적이지 않다”며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때 투자자들이 상승세만 보고 매수에 나섰다 손실을 봤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코스닥 기업의 이익 증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여기에 연말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발표되고 향후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에 나서게 되는 것도 시장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중관계 개선으로 인해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가 바이오주 이외에 다른 종목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단체 관광객 증가로 관광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과 호텔·레저, 미디어 등 소비재가 향후 코스닥 시장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