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손님이 너무 없어요" …관광객 줄며 제철 포항 과메기도 잘 안팔려

중앙일보

입력 2017.11.19 12:09

수정 2017.11.2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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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손님 없이 한산한 포항 죽도시장. 김윤호 기자

19일 오전 한산한 포항 죽도시장. 김윤호 기자

"지진이 와가 11월부터 1월까지 제철인 과메기도 잘 안팔린다 아입니꺼. 시장이 썰렁합니더."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 과메기를 가위로 잘게 잘라 상추와 함께 꺼내놓은 한 60대 상인이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죽도시장의 '대목'으로 불리는 주말이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 발길이 뜸해져서다.  

19일 오전 한산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김윤호 기자

19일 오전 한산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김윤호 기자

매년 이 맘때면 전국에서 죽도시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제철 맞은 과메기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찾은 시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예년 같으면 차량으로 긴줄을 서는 시장 내 공영 주차장도 차들이 많지 않았다.  
 
과메기만 예년처럼 잔뜩 시장 좌판에 나와있을 뿐이었다. 제철 맞은 먹음직스러운 대게도 죽도시장 곳곳에 가득했지만 구입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대게는 11월부터 4~5월까지 제철이다. 경북 영덕이 대게 주산지로 유명하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고속도로가 한산하다. 김윤호 기자

"대게 1마리 3만원"을 외치며 손님을 이리저리 부르던 한 40대 상인은 "매년 이맘 때 죽도시장에 과메기나 대게를 사러 오는 사람이 100명 정도라면 이번 주말엔 50명도 채 안왔다고 보면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과메기·대게 제철인데도 죽도시장 썰렁
호미곶·영일대해수욕장도 관광객 끊겨
포항시 "이번주 중 경제타격 대책 발표"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관광객이 뚝 끊어진 것 같은 지진 후폭풍이 포항에도 나타나고 있다.  
 
규모 5.4 지진 발생 후 첫 주말을 맞은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역시 한산했다. 오전 11시 백사장엔 관광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해수욕장 인근 한 식당 직원은 "토요일부터 계속 조용했다. 영일대를 찾는 관광객이 평소에 비해 70%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포항운하를 출발해 송도 바다를 도는 포항크루즈 역시 관광객이 급감해 울상이다. 19일 오전 11시 평소 일요일 이 시간대면 400명 정도 관광객이 들지만 이날은 80명 정도가 크루즈를 찾았다. 하루 총 탑승객은 170명이었다. 토요일인 18일 역시 탑승객이 108명에 그쳤다. 지진이 나기 전 토·일요일은 관광객 1300명 정도가 크루즈를 탄다. 


포항 크루즈 관계자는 "지진 이후 단체 관광객만 20건 이상 취소됐다. 유치원과 사회단체 할 것 없이 취소 분위기"라며 "포항 지진 자체를 두려워하기 보다 지진 복구가 한창인데 놀러가는 것을 미안해하는 분위기가 원인같다"고 말했다.  
 
진앙과 18㎞ 이상 떨어진 포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호미곶 역시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호미곶해맞이광장 앞에서 20년 동안 매점을 해온 문향(45) 광장휴게소 사장은 "지진 이후 장사가 정말 안된다. 20년동안 이렇게 한번에 발길이 뚝 끊기는 것은 처음이다"고 답답해했다. 

19일 오전 찾은 썰렁한 호미곶 광장. 최은경 기자

대구~포항 고속도로 내 영천휴게소. 일요일이면 수십대의 관광버스가 휴게소에 줄지어 들어오는 곳이다. 하지만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이날 오전 9시쯤 포항 방면으로 가는 관광버스는 3대가 전부였다. 이 마저도 포항을 거쳐 영덕 쪽으로 가는 관광객들이라고 한다.  
 
손정호 포항시 일자리경제노동과장은 "이번 지진으로 관광객 감소 등 지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황을 파악 중 "이라며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경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윤호·최은경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