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러니까 수능을 보는 날은 대한민국의 시곗바늘이 잠시 멈추는 날이다. 금융시장의 개장이 늦춰지거나 비행기의 이착륙도 금지되고, 구급차와 순찰차가 학생 이송에 동원되는 것 역시 미담이 된다. 사회 전체가 수능을 보는 이들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수능 연기는 지진이라는 생소한 재난만큼이나 놀랍다. 우리는 지금 어느 성역의 첫 균열을 목도하고 있다.
99년생은 수능의 균열을 몸으로 겪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세대가 됐다. 몹시 억울할 것이고 누군가가 원망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대한민국의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될 때가 온다. 어쩌면 5.4의 규모나 지나온 세월의 무엇보다 더욱 강력할 수 있을 국가의 재난 앞에서 그들은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강요할 수 없고 함부로 기대를 내비칠 수 없다. 그때 그들이 몸에 각인시킨 여러 수난의 서사로 인해 지금의 삶과 삶의 태도가 어떻게 영향받았는가를 기억하고, 자신들이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해 주길 바랄 뿐이다. 나는 조금 앞선 세대로서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우선은 며칠 남은 수능에서 모두의 건투를 빈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