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에도 비슷한 사연의 선수가 있다. 대표팀 수비수를 맡고 있는 박윤정(25)이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 박윤정
미국 입양 직후 동생 한나 태어나
7세 때 함께 스틱 잡고 한집안 대결
“올림픽서 1승 땐 자랑스러울 것”
박윤정은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미국 미네소타 가정에 입양됐다. 그렉-로빈 브랜트 부부를 만난 박윤정은 ‘마리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12년째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던 브랜트 부부는 한국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박윤정이 브랜트 부부의 품에 안긴 지 7개월 만에 한나가 태어났다. 박윤정과 한나는 어려서부터 쌍둥이처럼 늘 함께 지냈다.
박윤정은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2부 리그인 구스타부스 아돌프스 대학에서 선수로 뛰었다. 지난 2015년 한국 대표팀 제의를 받고, 그해 7월 초청선수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6월 법무부로부터 국적 회복 허가를 받았다. 박윤정은 “한국에 오기로 결정한 건 어렵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를 계속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낯선 한국에서의 생활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박윤정은 “한국말도 할 줄 몰랐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매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쌀밥만 먹은 적도 있었다.
박윤정과 동생 한나는 피 한방울 안 섞였지만 친자매 이상으로 각별한 사이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 때 박윤정은 한국(4부리그)에서, 한나는 미국(1부리그)에서 대회를 치렀다. 박윤정은 “만약 동생과 내가 올림픽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면 무척 재미있을 것이다. 부모님이 우리 중 누굴 응원할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여자아이스하키 세계랭킹 22위인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스위스(5위), 스웨덴(6위), 일본(9위)과 차례로 만난다. 아직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들이다. 박윤정은 “1승을 거두게 되면 굉장히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